•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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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4월에 ‘산불조심의 달’이라는 경고성 별명이라도 붙여야 할 듯합니다. 지난 4월 4일 강원도 고성에서 또 한 번 대형 산불이 발생했습니다.(1996년, 2000년 대형 산불 참고) 사망 1명에 피해 지역은 530 헥타르(ha)에 이르고 시설물 2,112개 손실에 이재민은 1,000명을 넘었습니다. 저녁 7시 조금 넘어 발화한 이번 산불은 이후 7km 거리를 두 시간 만에 주파하는 속도로 얼마 지나지 않아 해안가에 위치한 속초 시내까지 급속도로 번졌습니다. “산불이 났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미 불은 마을 코앞에까지 와 있었습니다. 정말로 도깨비불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 지역 주민의 말처럼 그 속도(速度)가 속보(速步)보다도 빨랐습니다. 순간 최대 풍속 35.6m 넘는 강력한 바람 탓입니다. 
본래 강원 지방은 영동에서 영서로 부는 높새바람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최근 빈발하는 산불로 말미암아 새로운 바람이 유명세를 탔습니다. ‘양강지풍(襄江之風)’이 그것입니다. 높새바람은 동쪽에서 태백산맥을 타고 서쪽으로 넘어오는 바람을 가리키는데 반해, 양강지풍은 그 반대 방향으로 불어서 양양에서 강릉 일대를 뒤덮는 고온건조한 바람을 의미합니다. 양강지풍의 위력은 이미 지난 2005년 양양 산불에서 확인한 바 있습니다. 역시 식목일을 하루 앞둔 4월 4일 자정 무렵 발발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번져 낙산사까지 잿더미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에 못지않은 고속지풍(高束之風)이 등장한 것입니다. 고성과 속초 사이에서 4월에 불어닥친 강력한 바람입니다.
강력한 바람과 함께 일어나는 대형 산불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일어난 산불은 할리우드 주택가까지 위협하며 86명의 사망자와 14,000채의 건조물 피해 등 100년 동안 단일 산불 사건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기록했습니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그 원인으로 ‘워커효과(Pacific Walker Circulation)’가 지목되었는데, 적도 태평양 일대의 대기 순환 현상 즉 바람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대형 산불은 현재 범세계적인 추세라 할 수 있습니다. 스페인,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프랑스, 그리스, 포르투칼 같은 유럽 국가들도 최근 발생한 산불로 몸살을 앓았고, 그린란드와 시베리아와 아르메니아와 같은 북구권이나 칠레 등 남구권에서도 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의 산불이 대규모로 번졌습니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와 산불 발생 간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밝힌 결과물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은 지역을 초월해서 빈발하는 대형 산불과 지구환경 변화는 결코 무관하지 않으리라 확신합니다.
2019년 3월 15일은 앞으로도 의미 있는 날로 기억될 전망입니다. 금요일을 맞이하여 독일의 베를린, 쾰른, 뮌헨 등 도시가 주축이 되고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등에서도 호응하여 전세계 100개 도시 2,000개 이상의 장소에서 청소년들이 수업을 하루 빼먹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혹은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 For Future)’로 불리는 이 캠페인은 청소년들이 직접 들고 나온 피켓에 적힌 문구 “기후가 우리의 2세 문제보다 더 절망적이다”에 그 취지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 운동을 시작한 인물은 당시 16세 소녀였던 스웨덴의 그레타 툰버그Greta Thunberg) 양입니다. 오죽했으면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며 거리로 나섰겠습니까? 그만큼 기후를 비롯한 환경 문제가 이제는 미래가 아니라 바로 이 순간 절대적으로 중요한 명제가 되었다는 방증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도 기성세대들은 여전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양강지풍에 고속지풍까지 불어대는 봄날의 묵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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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양강지풍 고속지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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