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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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4주전 첫 번째 강림절이 시작되면, 서양에는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리고 거리마다 캐럴송이 흘러나오면서 성탄분위기가 달아오른다. 각 집마다 거리마다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다양한 장식들이 걸리고, 시장 한 가운데는 성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경쟁적으로 세워진다. 2014년 독일의 도르트문트 시는 45m에 이르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면서 세계 최대라고 자랑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오랜 기독교역사를 갖고 있는 유럽과 미국에는 성탄절에 흩어진 가족들이 모여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전통이 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시장의 매출이 일 년 전체 매출에 버금갈 만큼 중요하다. 그러다보니 성탄절을 가장 기다리는 사람은 교인들이 아니라, 상인들이라는 비아냥거림도 있다. 헉슬리는 오늘날 우리 시대의 성탄절을 이렇게 솔직담백하게 비판했다. “디킨스의 시대에는 크리스마스를 과식과 만취로만 축하했었다. 종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선물을 받지 않았다. 오늘날의 크리스마스는 우리 자본주의 경제의 하나의 주된 도매상이다. 단순히 즐거운 절기가 꾸준한 선전 때문에 장기적인 축제로 변해지고 그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다른 모든 사람들과 선물을 강제적으로 교환하게 되면서, 그 결과 상인들이나 제조업자들만이 큰 치부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화려하고 풍요롭고 흥겨운 이면에는 어둡고 슬프고 괴로운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안데르센의 동화는 ‘성냥팔이 소녀’의 주인공은 돈을 가져가지 않으면 학대하는 아버지를 두려워하면서 추운 거리에서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너무 추운 나머지 손이라도 녹이려고 성냥불을 켰는데, 성냥 하나를 켤 때마다 소녀가 원하는 따뜻한 난로, 화려한 만찬, 성탄트리가 나타나고 마지막에는 생전에 그녀를 무척 아껴주셨던 외할머니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날 밤 그녀는 할머니 곁으로 간다. 다음날 성냥을 다 태워버린 채 미소를 짓고 죽어 있는 그녀를 보면서 사람들은 안타까워한다. 또한 한 가난한 부부가 성탄절에 서로에게 선물할 돈이 없어 시계와 머리를 팔아 상대방의 시계줄과 빗을 샀다는 오 헨리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도 있다.
성경이 소개하는바 첫 번째 성탄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로마의 황제가 자신이 통치하는 지역에서 세금을 많이 거두기 위해 호적하기를 명하자, 요셉은 만삭이 된 아내를 데리고 멀리 베들레헴까지 내려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몸을 풀어야 했지만, 여관의 방을 찾을 수 없어 마구간을 빌렸고, 거기서 아기를 낳았다. 그리고 태어난 아기를 마땅히 뉠 곳이 없어 더러운 말구유를 닦아내고 거기에 누였다. 그리고 주위에 있던 가난한 목자들이 천사를 통해 이 탄생 소식을 가장 먼저 들으면서 첫 알현의 영광을 얻게 되었고, 이방인 동방박사들이 별을 보고 찾아와 그에게 경배했다.
이 첫 번째 성탄의 모습은 결코 화려한 장식과 사람들이 북적이며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 흥청망청 먹고 마시는 축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마땅히 가장 영광스럽고 존귀한 모습으로 오셔야할 만왕의 왕이지만, 그는 가장 가난하고 초라하고 볼품없는 모습으로 오셔서 변두리 인생들에 둘러싸여 축하를 받으셨다. 이 성탄에 담긴 주님의 뜻은 영광이 아니라 고난이다.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낮아지는 것이며, 좋은 것들로 채움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들을 비우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더 많은 것, 더 크고 높은 것, 더 아름답고 화려한 것을 선호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리스도인들도 이 거대한 소용돌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이런 세상가치에 사로잡혀 허우적거리며 살아가기 쉽다. 교회 역시 그런 가치가 물씬 배어있는 제도와 전통과 관행에 파묻혀서 그렇게 그렇게 흘러가기 쉽다.
성탄의 주님을 만나자. 성경이 우리에게 소개하는 바로 그 성탄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예수님은 마구간에서 태어나서 말구유에 누이셨다. 그는 강한 로마제국이 아니라, 약한 유대 땅에 나시고, 부유한 예루살렘이 아니라, 가난한 갈릴리에서 사시고, 약하고 병들고 가난한 자의 편이 되시고 고통 받는 자들의 곁에 계셨다. 그를 만나려고 한다면, 우리도 그런 자들에게 좀 더 다가가야 할 것이다. 그분과 같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낮아지고, 조금만 더 비우고, 조금만 더 주위의 고아와 과부를 돌아보려고 한다면 올해 성탄절은 정말 은혜로운 메리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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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칼럼] 마구간에서 나신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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