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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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 속에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폭염복지(暴炎福祉)’라는 말입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속출하자 각국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분주합니다. 한국 정부 역시 폭염을 일종의 자연재난으로 설정하고 근본대책을 마련하는 가운데 냉방기기 사용을 국민의 생명이나 건강과 직결된 기본적 복지로 보고 먼저는 전기요금 때문에 냉방기기를 마음껏 사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계층에 적용되는 전기요금 복지할인율을 높이고, 나아가 노후 냉방기 교체나 신규 냉방기 구입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기로 했습니다.
미국 시카고 시는 1995년 폭염으로 700명이 사망하자 시내 곳곳에 냉방기를 비치한 쿨링센터(cooling center)를 신설하고 독거노인의 집을 일일이 방문해서 센터 사용을 권장하는 등의 노력으로 4년 뒤 더 심판 폭염이 닥쳤을 때는 사망자 수를 100명대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사실 기후 변화 시대 최대의 피해자가 바로 이러한 독거노인들이라고 말들 합니다. 특히나 쪽방촌과 같은 곳에 거주하는 홀몸어르신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최근 ‘찾아가는 복지’를 표방하고 지방정부의 재원과 선한 시민들의 기부를 통해 이러한 독거노인가정에 ‘착한 선풍기’를 무상보급하거나 심지어 에어컨을 달아드리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를 두고도 돈이 아까워 켜지 못하는 노인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독거노인의 숫자는 100만을 넘어선지 오래고 이들의 월평균 소득이 50만원 미만인 경우가 전체의 약 68.5%를 차지하는 실정 때문입니다.(원시연, ‘독거노인 100만 돌파 진단과 대책’ 중에서)
최근 홍콩 맥도날드 지점에는 더위를 피해 매장을 찾아 열대야를 피하려는 노숙자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늘어나자 이들을 ‘맥 난민’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나라에도 ‘백(화점) 난민’, ‘몰(Mall) 난민’, ‘서점(Book) 난민’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정치적 난민은 자유를 찾아 떠나지만 폭염속 난민은 에어컨을 찾아 유랑합니다. 그래서 폭염복지는 다른 말로 ‘에어컨’복지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닙니다. 유엔마저도 이제 에어컨은 사치가 아니라 기본적 복지라고 표방하고 나섰습니다. 일본정부는 지난 4월부터 생활보호대상자뿐만 아니라 세대원 중 고령자나 장애인 혹은 어린이나 환자가 있는 경우에도 에어컨 설치비용을 최대 5만 엔까지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적극적인 에어컨복지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해마다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현상 가운데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 ‘문제는 에어컨이야!(It's air-con, idiot!)’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복지’를 생각하면 에어컨을 더 많이 보급하고 더 많이 활용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환경’을 생각할 때 에어컨 사용 증가는 또 다른 문제점을 양산합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에어컨은 이산화탄소보다 만 배나 강력한 온실가스인 수소불화탄소(HFC)를 배출합니다. 미국의 한 연구소는 2030년까지 새로 팔리는 에어컨이 7억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2016년 르완다 키갈리(Kigali)에서 열린 몬트리올 의정서 당사국 28차 회의에서 각국 대표들은 선진국의 경우 2019년부터, 개발도상국은 2024년부터, 그리고 일부 국가는 2028편부터 단계적으로 HFC 사용량 감축 협상에 동의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모인 무려 197개국의 대표들이 합의한 사항입니다. 탄소가스배출량 증가속도가 가장 빠르기로 유명한 한국도 당연히 거기 속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이른바 ‘탄소금식운동’을 주창하고 실천하는 단체와 특히 교회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에어컨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에어컨복지냐 에어컨환경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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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문제는 에어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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