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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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남북 정상의 회담으로 한반도의 정세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이 심심찮게 거론되던 때를 생각하면, 분명 큰 변화이다. 이제 평화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시작이긴 하지만, 모든 국민들의 가슴에 희망의 등불이 달리기 시작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일부 정치인들이 정략적으로 정상회담 자체를 쇼에 불가하다고 딴지를 거는 소리를 내고 있긴 하지만, 변화의 큰 물결을 막지를 못할 것 같다. 북미간의 정상회담 결과가 긍정적으로 결론지어진다면, 한반도는 새로운 평화를 향한 전기가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들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 동안의 분단체제가 고착된 세월이 상당하고, 온전한 평화 정착까지에는 남북한이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현실적인 과제다. 한국교회는 분단 이후 쉼 없이 한반도의 통일을 위한 기도와 북한 선교를 해왔다. 그러나 이런 활동들을 엄정히 살펴보면, 한계가 많았다. 각 교단 별 북한 선교회를 통하든, 개별교회를 통하든, 초교파적인 북한 선교단체를 통하든 북한을 향한 선교는 총체적 전략이 부재했다. 모든 한국교회가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한 방향을 지향하고 있긴 했지만, 하나 된 힘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 교회는 현실적으로 하나 되지 못한 상태에서 각개전투만 벌여왔던 것이다. 한반도의 통일을 지향한다고 했지만, 실상 교회는 하나 되지도 못하고 민족통일이란 더 큰 하나 됨을 부르짖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아이러니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면, 앞으로의 남북한의 평화정착에도 교회가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지금과 같은 각개전투가 교회마다 이루어진다면, 화해와 평화를 이루기보다는 분열과 갈등의 양상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한국교회는 교회의 본질적 지향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단순한 북한 선교가 아니라, 한반도에 화해와 평화의 토대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한국교회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교회는 지금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철저한 개교회주의를 극복해야 하며, 일차적으로 남한 교회가 하나 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성이란 미명하에 분열과 갈등을 계속해온 한국교회 교단들이 한반도의 평화 정착이란 하나의 목적 아래 아무런 조건 없이 모여들어야 한다.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협의와 평화정착에 필요한 정부 차원의 조치와 실천들도 단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정치적으로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다 해결될 수는 없다. 다양한 모든 영역에서 한반도의 평화정착이란 목적을 위해 해야 할 소임들을 주체적으로 찾아나서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도 한국교회의 역할은 중차대하다.
그러므로 교회의 지도자들과 평신도들은 한반도에서 전개되고 있는 현 상황을 먼 산 불구경하듯 방관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교회는 지금 이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기도해야 할 시점이다. 어쩌면 한국교회가 이번에 전개되는 한반도 평화 정착에 아무런 역할도 못하고 지나간다면, 정말 한국교회는 한반도의 역사 속에서 그 존재가 사라져 갈지도 모른다. 주어진 현실을 하늘의 뜻을 따라 주체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때, 교회와 신자의 삶은 무력해지기 마련이다. 분열과 갈등을 넘어 화해와 평화로 나아가는 길은 결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땅에 주어지는 평화가 어찌 십자가 없이 실현될 수 있겠는가? 이 점에서 한국 교회는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먼저 져야 할 십자가가 무엇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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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우 교수] 한반도 평화 정착과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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