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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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마지막 예루살렘을 입성하신 뒤 성을 바라보시고 우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도 오늘 평화에 관한 일을 알았더라면 좋을 뻔하였거니와 지금 네 눈에 숨겨졌도다” (눅 19:42) 평화로 가는 길이 있는데, 사람들이 그것을 보지 못함을 한탄하시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훗날 예루살렘에서 일어나게 될 전쟁과 파멸의 모습을 알려주신다.
갈등과 분쟁이 있는 곳에서는, 평화로 가는 길이 있어도 그것을 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들 속에 뿌리 깊이 형성된 다양한 증오감정은 미리감치 화해와 평화를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옳다는 바대로 밀고 나가 결국은 전쟁을 택하게 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영화에서 남부사람들이 전쟁을 결정하면서 마치 축제의 자리처럼 열광하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다. 너도 나도 군대에 자원하며 전쟁터로 달려 나가는 것이 마치 싸우고 싶어서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얼마 못가서 전쟁의 비참함은 그들이 갖고 누리던 모든 것을 잃게 만들었다. 인류는 전쟁의 비참함을 겪기 전까지는 평화의 길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적대관계에 있는 상대방을 대화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하고, 평화를 위한 타협은 양보하고 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목회자는 교회 안에서도 이런 작은 전쟁들을 목도하게 된다. 사람이 모인 곳이다 보니 교우 개개인간의 갈등, 또 그룹간의 갈등이 없을 수 없다. 오래 된 교회 안에는 단순한 갈등에서 더 나아가 서로 원수처럼 굳어져버린 관계도 있다. 자신들의 관점에서 보면 옳고 그름이 분명한 것 같지만, 조금만 뒤로 물러나서 보면 그 옳고 그름이 두부 자르듯이 선명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서로가 자신이 옳고 상대방이 그르다는 확신에 서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평화의 중재자가 되려면 조심스럽게 살얼음판을 걷듯이 해야 한다. 그러나 평화와 화해에 대한 의지가 분명하고 뜻을 확고히 세웠다면, 하나님은 분명 길을 열어주신다. 평화의 길이다. 이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화해도 쉽지 않거늘 하물며 오랜 세월을 적대시하며 지내온 국가들 사이에 평화를 이루는 것이 쉽겠는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뜻이 분명하면 평화의 길은 열리게 되어있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평화를 필요로 하는 곳은 중동과 한반도이다. 이스라엘도 모두 4차례의 중동전쟁을 겪으면서 평화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그래서 1993년 라빈총리와 아라파트 PLO의장이 만나 역사적인 오슬로평화협정에 서명하였고, 이로 인해 그 둘은 다음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스라엘 내에는 PLO를 악마 같은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그런 자들과 타협할 수 없다면서 이 협상을 반대하는 우파들이 많았고, 그들 중 극렬분자에 의해 라빈은 암살당했다. 그러면서 평화협정은 좌초되었고, 팔레스틴의 과격단체 하마스도 테러 공격을 재개하면서, 그곳은 다시 평화를 잃어버린 세상이 되고 말았다.
6.25전쟁과 오랜 이념대립으로 불신이 극에 달한 한반도 역시 쉽지 않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에 봄이 오고 있다.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세계의 위협이 되었던 북한이 남한과 미국과 세계에 손을 벌리고 있다. 물론 위장전술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강력한 경제제재와 트럼프대통령의 전쟁위협을 심각하게 느끼면서 진정성을 갖고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동기를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이것을 한반도 평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완전 비핵화를 이루고, 남과 북이 적대관계에서 벗어나 분단을 평화적으로 관리하면서 신뢰의 기반을 닦고 동서독처럼 만남과 교류를 늘리는 가운데 먼 미래에 평화통일의 길로 나가야 한다.
대화의 길로 나아가려는 이러한 노력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면서 끊임없이 종북타령만 하는 것은 올바른 것이 아니다. 북한과 어떠한 대화도 관계도 거절하려는 것의 속내는 전쟁만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의 올바른 자세라고 할 수 없다. 우리는 인간의 역사를 주관하시는 주님께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한반도의 완전비핵화와 평화정착이 이루어지기를 위해 기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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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칼럼] 평화로 가는 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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