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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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을 읽노라면 하나님께서는 매우 치밀한 구성을 가지고 작품을 써내려가는 작가와 같으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창세기에는 창조로부터 시작하여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요셉으로 이어지는 믿음의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마치 파노라마처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한 장 한 장에 우리자신을 대입시켜 읽노라면 때로는 기쁨을 느끼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고, 때로는 감격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말씀을 적어 내려가시면서 다음 이야기에 대한 힌트를 슬쩍 흘려주시기도 합니다. 마치 드라마 작가가 끄트머리에 기대되거나 불길한 힌트를 주고 끝냄으로써 시청자들로 하여금 다음 회 방송을 기대나 불안으로 기다리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창세기 3장 1절 첫 부분에서 <그런데 뱀은 여호와 하나님이 지으신 들짐승 중에 가장 간교하니라>고 하셨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 그 다음에 뭔가 안 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이 간교한 뱀이 사람을 유혹하여 범죄하게 하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성경의 어느 한 구절도 무의미한 말씀은 없습니다.
오늘 본문 역시 그러합니다. 오늘의 본문은 아브라함의 형제들의 가계를 보여줍니다. 아브라함에게는 다른 두 형제가 있었습니다. 창세기 11장 27절을 보면 <데라의 족보는 이러하니라 데라는 아브람과 나홀과 하란을 낳고 하란은 롯을 낳았으며>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란이 먼저 죽었기 때문에 아브라함은 조카인 롯을 아들처럼 돌보면서 가나안에까지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창세기 11장 29절에서는 나홀의 아내가 밀가라고 밝힙니다. 우리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브라함에 대해서만 알면 될 텐데, 왜 나홀의 아내가 밀가라는 것까지 기록했을까> 하는 의아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게 다 하나님의 치밀한 의도가 있기 때문임을 오늘 본문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본문 20절에서 밀가의 이야기가 다시 이어집니다. 21-22절은 나홀과 밀가 사이에 여덟 명의 자녀가 태어났음을 밝힙니다. 그리고는 이 여덟 명 중 앞의 일곱 명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는 반면에 23절 끝에서 유독 브두엘이 리브가를 낳았다는 언급만 덧붙입니다. 우리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왜 브두엘이 리브가를 낳은 것을 밝혔을까>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그런데 창세기 24장을 읽으면 모든 게 해결됩니다. 바로 그 리브가가 이삭의 아내가 되기 때문입니다. 리브가가 태어날 때 이삭은 가나안에 있었고, 브두엘은 하란에 있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가나안 땅의 이삭을 위해 그 먼 하란에 이삭의 아내를 준비해 두신 것이고, 24장에서 아브라함의 늙은 종을 보내 두 남녀를 연결시켜 부부가 되게 하신 것입니다. 이게 바로 이삭을 위한 하나님의 준비였습니다. 이삭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하나님께서는 그의 아내를 준비하셨습니다. 이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하나님께서는 22장에서 리브가의 출생을 슬쩍 흘리신 것입니다. 마치 <이삭, 넌 모르겠지만 난 이미 네 아내를 준비했다. 너를 위해 나는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다. 넌 나만 믿어라>, 이렇게 말씀하는 듯합니다.
이런 신비는 우리네 삶에도 똑같이 진행됩니다. 제 아내가 출생할 때 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제 아내가 교회에 다니면서 믿음을 키우고 학교에서 공부할 때 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준비된 아내를 제게 보내 주셨습니다. 저는 그 때 선물을 받듯 아내를 받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선물을 수십 년 동안 준비하신 것입니다. 모든 게 다 그렇습니다. 우리 인생에는 <하나님의 준비하시는 손길>이라는 신비가 숨 쉬고 있습니다. 오늘도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계실까요? 그 하나님의 손길을 기대하면서 오늘도 설레는 마음으로 살아가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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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연구] 우리를 위해 준비하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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