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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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0월 미국의 유명 여배우 애슐리 주드(Ashley Judd)가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stein)으로부터 20년 전 성추행을 당했노라고 밝혔습니다. 이 고백은 곧 미국 사회 전체를 들끓게 했는데, 기네스 펠트로(Gwyneth Paltrow)와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라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이 “미투(Me Too, 나도)”를 외치고 나섰기 때문이었습니다.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져 유사한 피해를 당한 여배우들의 고백이 줄을 이었고, 여성 정치인과 일반 여성들까지 공감하고 나서면서 결국 와인스타인은 자신이 세운 영화사로부터 해고당하는 수모와 함께 이혼까지 당하면서 완전히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이 사건을 세간에서는 “미투(Me Too) 운동”이라고 불렀고, 시사주간지 뉴욕타임즈는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t Breakers)”로 명명하면서 이들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29일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는 검찰게시판과 언론인터뷰를 통해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당시 법무부 간부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노라고 밝혔습니다. 한국판 “미투”가 일어난 것입니다. 얼마 후 전직 검사이자 현역 국회의원은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서지현 검사 옆에 서려고 몇 번을 썼다가 지우고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 페북창 열어 가득 메우고도 아직도 망설인다. 사실은 나도 #Me Too. 변호사였을 때도 못했던 일 국회의원이면서도 망설이는 일 그러나 #Me Too 그리고 #With You.” 미국발 “미투(나도 역시)”가 한국판 “위듀(너와 함께)”로 발전한 것입니다. 영화 ‘도가니’의 배경 사건 주임검사였고, 역시 영화 ‘킹메이커’ 속 여검사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임은정 검사는 수사 도중 사건 무마 압력이 있었던 사실과 그 당사자들을 공개하는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미투 없는 위듀의 결단이었습니다.
미국과 한국에서 벌어진 두 사건은 특별히 일반 서민들의 가슴을 아리게 만듭니다. 그토록 유명한 셀럽(celebrity)조차, 심지어 검사와 국회의원조차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하는 그 수모와 비애를 말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유명세도 없고 권력도 없는 일반 여성들은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두려움과 아픔 속에서 얼마나 침묵을 강요당해 왔을까요? 또한 피해자들이 검사나 국회의원과 같은 유력한 인사들이 아니었을 경우, 물론 그들의 고백이 용기 있는 결단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만, 즉 평범한 여성들이 자신의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경험을 용감하게 고백하고 정의에 호소했을 때, 대중과 사회는 과연 지금처럼 반응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중요한 전환점이 되어 아직도 성(性)차별의 그릇된 성역(聖域)들이 훼파되고, 사회적 약자들이 보호받는 정의로운 사회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인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만드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한국판 미투 운동이 벌어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교회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 검사는 저녁 TV 뉴스에 출연해서 7년 전 사건을 다시 거론하게 된 계기는 가해자가 최근 종교에 귀의해 회개하고 구원을 받았다는 간증을 하고 다닌다는 말을 들어서라고 밝혔습니다. 간증 속에서 가해자는 이른바 ‘돈 봉투 사건’으로 뜻하지 않게 공직에서 옷을 벗게 되었을 때, 억울하고 분하며 하루하루를 고통과 괴로움 속에서 살았지만 주님을 영접하고 교만을 회개하자 그 억울함과 분노가 사라졌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보도를 접한 세상 사람들의 비난이 폭주했으며, 일부 교계에서도 이러한 간증은 “하나님 조롱이며 한국교회 모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회개의 진정성은 오직 하나님만이 아실 일입니다. 다만 하나님께 용서를 구했다면 이제 피해자에게도 용서를 구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화제작 「신과 함께」라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염라대왕이 최종 판결을 이렇게 내립니다. “진정한 용서를 받은 죄를 심판할 수 없다.” 하물며 약자들의 재판장이시며 신원(伸冤)하시는 하나님의 재판정에서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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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미투(Me too)와 위듀(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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