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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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달 2월 9일부터 25일까지 강원도 평창에서 제23회 동계올림픽이, 이어서 3월 9일부터 18일까지 장애인들이 출전하는 동계패럴림픽이 열립니다. 그래서 공식 명칭이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입니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어지러운 이 세상에 평화와 화합과 희망의 역사가 새롭게 써져 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특히 지난 1988년 올림픽에 이어서 다시 한 번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남북한이 함께 입장한다는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온통 얼어붙은 이 땅을 따뜻하게 녹이고 민족평화통일로 가는 중요한 디딤돌을 놓는 올림픽이 되기를 바랍니다. 마침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고을의 이름 그대로 한민족을 평화롭고(平) 창성하게(昌) 만드는 소중한 초석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그리 반갑지 않은 소식도 들었습니다. 국립중앙의료원 연구진이 발표한 ‘북한이탈주민 인권피해 트라우마 실태조사’입니다. 이에 따르면 최근 대한민국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 대부분이 심한 기아와 질병은 물론이요 성폭력과 인신매매를 직간접적으로 겪었으며, 공개적인 자아비판이나 공개적인 처형 장면을 체험했다고 합니다. 각종 심리 검사를 실시한 결과 연구진은 북한이탈주민 상당수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란 영어로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의 약자로서, 심각한 재난과 충격으로 겪은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과 고통 증세를 의미합니다. ‘정신적 외상(外傷)’ 혹은‘마음의 흉터’로 불리기도 합니다. 재난을 실제로 겪은 사람들은 물론, 재난 현장에서 활약하는 소방관 같은 분들이나 심지어는 끔찍한 테러 현장을 지켜보았던 일반인 중에도 이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 수단이 없는 일종의 정신적 질환입니다.
따라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북한이탈주민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세월호 사건, 씨랜드 참사, 스텔라호 사건, 제천 화재사건 등 잠시만 생각해도 금방 손꼽을 수 있는 충격적인 사건들이 바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났습니다.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을 겪고 있는 가족들과 관계자들이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장면을 생생하게 지켜보았던 국민들 상당수가 충격과 슬픔에다가 당국자들의 무책임과 무능력으로 인한 분노와 실망감까지 겹쳐서 일종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경우 9.11 테러를 실제로 겪지 않았던 많은 사람들 중에서 PTSD가 급증하자 해마다 9월 11일이 되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슬픔과 고통 중에 있는 국민들을 위로하고, 나아가 정부는 언제든지 국민들의 신체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노라는 약속을 해준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치료를 비롯한 후속 조치는커녕 아직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는 질환 자체에 대한 인식도 미미한 실정입니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동족상잔의 전쟁이라고 하는 비극을 체험한 세대이거나 그 후세대들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잠재적인 PTSD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게다가 정전(停戰)이라고 하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도발과 분쟁,
그 속에서 자행되는 북한의 인권 탄압과 각종 사건 사고들로 인해 우리는 어쩌면 더 광범위하고 심각한 PTSD 문제를 안고 사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는 치료약도 나오고 치료수단도 발달하겠지만, 궁극적으로 이러한 정신적 외상을 낫게 하고 마음의 상처를 씻어줄 수 있는 존재는 치료자 하나님밖에 없음을 믿습니다. 시편 23편 3절에서 다윗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He restores my soul). 그렇습니다. 절대적으로 통일이 되어야 할 또 한 가지의 이유는, 남북한주민 모두 절대적으로 마음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현실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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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PT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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