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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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펑 내리는 눈을 보며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아버지, 제가 지금 한국교회 공익과 발전을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도와주세요.”

누구에게나 첫눈 내리는 날이면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이 날 것입니다. 전주에서 2018년 목회계획과 종교인 과세 대책 세미나를 하고 오는 날, 첫 눈발이 날렸습니다. 한 휴게소에 들렀을 때 40대로 보이는 중년 남자가 전화하는 내용을 들었습니다. “사장님, 지금 첫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애인에게 전화를 하는 마음으로 사장님께 전화를 올립니다. 사장님, 건강하십시오.” 저는 그 남자를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가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정말 멋지십니다. 반드시 성공하시겠습니다.”
그런데 막상 서울 쪽으로 올라올수록 눈발은 날리지 않았습니다. 눈발은 보이지 않았지만 자기 회사 사장께 전화를 한 40대 남자의 전화 내용이 계속 머리를 맴돌았습니다. 저는 누구에게 전화를 할까, 집사람에게 전화해도 곰 같은 여자가 전화를 안 받는 것입니다. 순간 어린시절 아버지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제가 써놓은 ‘눈 내리는 날의 아버지’라는 시가 생각이 났습니다.
“아버지를 생각하는 나의 가슴 속엔 / 항상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 어린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가 싸우 실 때마다 / 포악스런 아버지로부터 어머니를 지켜주고 싶었지요 / 아버지의 손을 잡고 별 아양을 다 떨었지만 / 내심으로 아버지를 증오하였습니다 / 그토록 증오하면서도 어머니를 지켜주기 위해 / 밤새 아버지 옆에서 거친 손을 잡고 잠들어야 했던 / 슬픈 소년 / 그러던 어느 날 함박눈이 내리던 새벽녘 / 소년의 몸이 불덩이가 되었을 때 / 아버지는 아들을 등에 업고 / 쌓인 눈길을 단숨에 달려 / 이웃 마을에 있는 간이 약방에 도착해서야 / 아들을 내려놓고 급한 숨을 몰아 쉬셨지요 / 소년은 지금 그 아버지의 연세를 지내면서 / 눈 속의 아버지와 시선을 마주합니다 / 허리가 휘도록 키우고 가르쳐 주어도 / 부부싸움을 하면 언제나 엄마 편이 되어버리는 / 자녀들을 바라보며 나는 이제야 아버지 편이 되어 봅니다 / 오늘도 나의 눈 앞에는 / 아버지께서 함박눈을 맞은 모습으로 / 말없이 서 계십니다.”
저는 1년 중에 가장 바쁜 12월에 전국을 순회하며 목회계획 세미나와 종교인 과세 대책 보고회를 하느라 돈도 많이 들어갔고 몸과 마음이 지쳤습니다. 그 때에 눈 내리는 날의 아버지를 생각했습니다. 아버지는 사업을 하다 부도를 내고 서울로 도망간 동생(작은아버지)의 구속을 막기 위해 그 좋은 전답을 팔았던 분이셨습니다. 그 일로 저희 어머니로부터 갖은 원망과 폭언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런 폭언을 들어도 죄인처럼 가만히 계시다가 술만 드셨다하면 간 큰 남자가 되어 어머니를 윽박질렀습니다.
제가 아버지의 거친 손을 붙잡고 안방으로 모셔서 “아버지 자씨요, 주무시씨요.” 그렇게 말을하면 아버지는 그 구슬프게 흘러내리는 반서편 제식의 뜻도 답도 없는 노래를 부르시며 우셨습니다.
그러다가 새벽녘에 제 몸이 불덩이가 되면 아버지는 저를 등에 업고 산 넘어에 있는 약방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눈이 내린다면 아버지께서 함박눈을 맞으시며 말없이 서 계시는 모습을 상상하며 웃음을 머금고 이런 대화를 해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그때 어머니의 구박을 들으시고 얼마나 힘드셨어요. 그래도 그때 제가 아버지 한 맺힌 가슴을 두들 겨주며 위로해 드렸던 사연들을 기억하시죠? 그런데 아버지 피를 물려받은 이 아들이 가족문제 때문이 아니라 한국교회 공익과 건강한 대한민국 사회 발전을 위하여 갖은 스트레스를 받아왔습니다. 아주 잘 한 거겠지요? 지금 저의 모습을 보고 계신다면 천국에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 좀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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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칼럼] 눈 내리는 날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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