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황대우 시위.jpg고신대 학부대학 소속 황대우 교수. 비정년트랙이기 때문에 1인 시위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신대학 한상동 기념홀이 있는 은혜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교수가 있다. 학부대학 소속 황대우 교수다. 황 교수의 1인 시위 피켓에는 ‘총장과 교무위원들은 각성하라’, ‘교무회의는 부당하고 불법적인 경고장을 당장 철회하라’라는 문구들이 나열되어 있다. 추운 날씨 속 칼바람이 치는 고신대 교정에서 황 교수가 왜 1인 시위에 나설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알아봤다.
 
사건의 발단
고신대 예산안 중 ‘건설가계정’에는 총 13억 2천만 원의 예산이 잡혀 있다. 이중 11억 원은 행복기숙사 공사비(대학 자체에서 10% 투자)인데, 공사 과정에서 비용이 절감되어, 이중 5억 원을 무척산기도원 리모델링으로 전용하게 됐다. 이사회 허락도 얻었기 때문에 현 집행부(교무회의)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지난 6월 초 고신대학교 직원노동조합(위원장 장인철 과장)이 ‘무척산기도원 리모델링에 대한 직원 의견수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투표자 89%가 리모델링을 반대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반대한 직원들은 ‘구조개혁평가와 맞물려 시기가 적절하지 못하다’, ‘대학의 재정여건상 적절하지 못하다’, ‘지리적 접근성 등으로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입장이었다.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대학 기자재들의 리모델링이나 개보수가 필요한 부분이 많은데, 학생들의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곳에 5억이라는 큰 돈을 투입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직원들에 이어 교수들도 반발했다. 교수평의회(회장 정동관 교수)는 6월15일 임시총회를 열고 이 문제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리모델링에 돈이 투입되는 과정과 절차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들이 쏟아졌다. 교무위원 6명이 참석했지만, 18:17로 반대의견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다음날(16일) 총장이 주재하는 전체교수회의가 열렸다.
 
전체교수회의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전체교수회의 핵심은 5억 원이라는 돈이 산출근거상 ‘추경’인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만약 추경이라면 대학평의회(의장 김희택 목사)의 심의 및 자문을 받고, 법인 이사회에 올라가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부 교수들은 “원래 예산 안에는 ‘행복기숙사 건축건’과 ‘송도 의대교문 건축’은 있지만, ‘무척산기도원 리모델링’이라는 항목은 없었기 때문에 추경으로 볼 수 있다. 사실여부 확인을 위해 교육부에 질의 해 달라”는 주장을 폈고, 전광식 총장은 “추경이 아니다. 지금은 대학 2주기 구조개혁평가 기간이기 때문에 교육부 질의는 삼가 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 총장은 “이사회도 허락한 사안이다. 이사회 안에는 회계 전문가가 감사로 계신다. 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오랫동안 이 문제로 공방이 계속되자, 전 총장은 ‘표결로 의견을 수렴하자’고 제안했다. 찬성이 많을 경우 (리모델링 공사를)밀고 나가고, 반대가 많으면 절차를 다시 밟겠다는 것이다. 일부 교수들은 “교수회의에서 표결은 ‘의결’을 하자는 뜻이다. 추경인지, 아닌지 여부만 확인 해 달라”고 말했고, 전 총장은 “공식적인 표결이 아니다. 교수들의 다수 뜻을 알아보는 것”이라며 표결을 강행했다.
문제는 표결 직전 발생했다. 발언권을 얻은 황대우 교수가 나와 “굉장히 긴 시간을 이야기 했는데, 하나만 해결되면 될 것 같아요. 핵심은 추경이냐 아니냐, 이것만 해결되면 된다고 봅니다. 추경이 아니면, 총장님 뜻대로 하시면 되고요. 만약 추경이라면 교수평의회가 말한 절차를 밟으면 됩니다. 그래서 교수평의회가 (추경인지 여부를)알아보자고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투표를 하시겠다고 그러는데, 제가 쉬는 시간에 어떤 교수님이 ‘총장이 비정년 트랙 교수들한테 전화를 했다고 하시는데, 전화가 왔느냐?’고 물어보시는데, 안받았다고... 나 한테 전화를 하겠냐고” 이때, 전광식 총장이 말을 끊으며 “아니 제가 전화를 누구한테 했다고요? 제가 경고합니다. 교수회의 석상에서 근거 없는 말 하면 안됩니다. 그건 명예훼손입니다. 교무처장님 직원 시켜서 (투표지)돌리세요. 저는 반대가 많으면 대평(대학평의회)의 절차를 밟겠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황 교수가 “뭘 위해서 투표를 하는지요?”하면서 “(투표지)돌리지 마세요”라고 소리쳤고, 전 총장은 “교무처장이 지금 녹음되고 있지요?”라며 두 사람간 실랑이가 이어 졌다. 결국 전 총장은 일부 교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투표를 강행했다. 그 결과 46:20으로 리모델링 찬성이 높게 나왔다.

경고장과 총장의 문자
전체교수회의가 끝나고 얼마 후 교무회의 이름으로 ‘경고장’이 황대우 교수에게 왔다. 황 교수는 경고장 발부의 법적 근거와 자료를 요청했지만, 교무회의는 ‘회답하지 않기로 하다’고 황 교수에게 통보했다. 이때부터(9월 경) 황 교수는 은혜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황 교수는 “나는 비정년트랙 교수다. 2년 마다 재계약을 해야만 강의를 할 수 있다. ‘경고장’이 붙어 있는 이상, 불이익을 받을 확률이 높다”며 1인 시위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됐던 전체교수회의 내용을 언급하면서 “당시 총장이 비정년 트랙 일부 교수들을 동원한 증황을 가지고 있다”며 한통의 문자를 기자에게 전해줬다. 이 문자 내용은 전광식 총장이 모 교수에게 무척산기도원 리모델링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문자 말미에는 “혹 교수회의에서 논의시 이해와 협력 부탁드립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문자 내용만 살펴보면 전체교수회의 당시 비정년 트랙 교수들을 동원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품게 만들 수 있다.
KakaoTalk_20171207_093704968.jpg▲ 전광식 총장이 보낸 문자, 문자말미에는 "혹 교수회의에서 논의시 이해와 협력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전광식 총장은 “그 (문자)내용은 비정년 트랙에게만 보낸 것이 아니다. 대다수 교수들에게 보낸 것이고, 내 입장에서는 무척산 기도원 리모델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고, 전체교수회의에 참석을 독려하는 입장에서 보낸 문자다. 다른 뜻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 총장은 “당시(전체교수 회의시) 황 교수가 얼마나 무례하게 행동했는지, 참석한 교수들에게 물어보면 알 것”이라며 “그날 많은 여교수들이 울었다. 목사교수로서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고함에 삿대질까지 하면서 문을 박차고 나갔다. 충분히 경고장을 받을 만 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수평의회 의견을 들어주면 논란이 없었을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대학평의회와 달리)교수평의회는 임의단체다. 전체교수가 140여명이 넘지만 매번 교수평의회 모임에는 20-30 여명의 교수들이 모인다”며 일부교수들의 의견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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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교수는 왜 1인시위에 나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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