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홍석진 목사님.jpg▲ 홍석진 목사
 
최근 한국에도 방영되고 있는 <고독한 미식가>라는 일본 연속극이 있습니다.
소규모 무역업을 하는 자영업자 이노가시라 고로 씨가 음식점을 찾아 혼자서 밥 먹는 장면이 다입니다. 그런데도 퍽 인기가 많습니다. 원작은 1990년대 중반 나온 만화지만, 바야흐로 ‘혼밥’의 시대를 맞아 찬란하게 꽃을 피운 셈이지요. 참고로 ‘혼밥’이란 ‘혼자 먹는 밥’의 줄임말입니다. 일본은 ‘혼밥 대국’이라 불립니다. 실제로 일본에 가 보면 식당마다 혼자 먹는 사람 천지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공동체성이 유달리 강하다고 하는 한국마저 ‘나 홀로’의 문화가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혼밥’에 한술 더 떠 ‘혼술’에 ‘혼행’에 ‘혼놀’이란 말까지 나왔습니다. 이제는 술도 혼자 먹고, 여행도 혼자 가고, 놀아도 혼자 노는 시대가 왔습니다. ‘혼족’의 탄생입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썼던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최근 “1인 가구의 성장에 따른 1코노미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1코노미’란 말은 ‘1인’과 경제를 뜻하는 영단어 ‘이코노미(economy)’의 신조어입니다. 상명대 교수 이준영은 최근의 저작 「1코노미(1conomy)」(21세기북스)에서 이른바 ‘나홀로족’의 심리와 소비성향 그리고 이들을 사로잡을 비즈니스 전략까지 분석한 바 있습니다. 이 교수는 앞으로 ‘나홀로족’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 영역이 더욱 무궁무진하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습니다. ‘혼족’은 더 이상 처량하고 불쌍한 종족이 아닙니다. 오히려 소비의 개인화를 주도하는 새로운 시대의 아이콘이며 시장경제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습니다.
‘혼족’은 명절의 지도마저 바꿨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명절은 제사보다는 모임의 의미가 강했습니다. 예를 들면 추석을 맞아 성묘를 하고 차례를 지내고 제사를 드리는 일보다는 모처럼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일에 더 비중을 두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추석은 연휴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또 그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습니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9.29) 추석을 연휴로 인식하는 사람들 비율은 2013년 28.5%에서 올해는 59.7%로 늘었을 뿐만 아니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월 1일 해외로 출발하는 사람들 숫자가 총 11만 5,353명이고 운항기 숫자는 여름성수기 562편보다 더 많은 570편으로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번 명절이 특히 길었던 탓도 있겠지만, ‘나 홀로’ 혹은 ‘우리 가족’ 위주의 생활 패턴이 장차 보편적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혼족 문화는 교회의 생태계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한국교회는 특히 공동체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교구와 구역, 사랑방과 다락방, 목장과 마을, 셀과 두 날개 그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혼자 밥 먹고 혼자 여행하고 혼자 노는 데 익숙한 신인류가 대세를 이룰 새로운 세상에서는 어떻게 될까요? 물론 그럴수록 공동체교육이 더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무언가 새로운 판을 짜야 할 필요성이 더 크지는 않을까요? 부모님이 다니는 교회라는 이유로 교회에 출석하는 착한 자녀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과연 그러할까요? 부모님 교회와 내 교회, 나아가 부모님 신앙과 내 신앙을 분리하려는 경향이 커지지는 않을까요? 사회는 자꾸 파편화되는데 교회만이 그렇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있습니까?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우리는 어쩌면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더욱 바라보고 주목해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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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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