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거룩한 쾌락’ 누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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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교회에서 부정적으로, 심지어는 죄악시했던 ‘쾌락’에 대한 생각을 180도 바꿔준다. 저자가 언급했던 내용을 그대로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그 의도를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거룩한 쾌락’을 누리기를 강조한다.
■의무와 훈련만 말하는 복음은 하나님에게서 기쁨을 앗아간다. 하늘 아버지는 우리가 즐거워할 때 기뻐하시는 분이다. 우리의 즐거움은 그분이 상상을 초월하는 비싼 대가를 치르고 사주신 것이다.
■우리는 쾌락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하나님과 멀어지는 것이다.
■거룩함이야말로 쾌락의 가장 진정한 친구이다.
■복 자체도 은혜지만 그 복을 누리는 능력도 그분의 은혜라 할 수 있다.
■당신에게 즐거운 일이라면 그 자체로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가 될 수 있다.
■다들 긴 한 주간을 보내고 모인 교회에 건강한 웃음이 있다면 그 또한 큰 유익이 될 것이다.
■우리는 쾌락에도 위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맨 위에 하나님이 계시고 그밖에 다른 쾌락들에도 다 질서가 있다. 이 위계가 깨지거나 뒤틀리면 덜 중요한 쾌락들이 가장 중요한 쾌락을 상대로 싸움을 벌인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쾌락은 그리스도를 즐거워하는 것이다.
◈ 《쾌락》 || 게리 토마스(Gary I. Thomas)는 ‘복음주의영성센터’ 설립자 및 대표로서 작가이자 사역자이다. 저서로 《영성에도 색깔이 있다》 등이 있다. 원제 Pure Pleasure(2009). 윤종석 역. CUP, 2012. 15,000원.

Dinner. primer.com.jpg▲ 여유 있게 즐기는 한 끼의 맛있는 식사가 쾌락이 될 수도 있다. 기쁨은 없고 훈련만 있으면 결국 우리의 마음이 냉혹해지고 교만해져 다른 사람들을 정죄하게 된다. [Dinner. 출처: primer.com]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초빙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쾌락을 경멸하는 태도는 고차원의 영성이 아니라 오히려 교만한 죄이다. 쾌락은 하나님의 선하심을 더 인식하게 하고, 그분께 더 깊이 감사하게 하고, 내세의 더 풍요로운 쾌락에 소망을 두게 하시려고 하나님이 친히 설계하신 것이다.” - 제임스 패커.

#당신의 ‘쾌락 필요지수’는 얼마인가?
김길구 : 이 책의 저자 게리 토마스는 영성과 관련하여 널리 알려진 분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쾌락을 누리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러면서 29쪽에 ‘쾌락 필요지수 진단지’를 만들어놓고는 스스로 한 번 테스트해보라고 권합니다.
김현호 : 우리 모임에서 회원들을 상대로 테스트를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체로 외향적으로 살아가는 분은 지수가 높게 나오는 반면, 내성적인 분들은 낮게 나옵디다. 여기에 더하여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분들은 위험한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김수성 : 저는 이런 테스트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위험한 수준이 나온 분들은 주로 어떤 일에 종사하는 분인가요?
김현호 : 교회에서 목회를 하거나 사역을 하는 분들입니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이 분들은 가끔 쾌락의 시간을 가져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역을 하는 분들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개인은 물론, 가정과 교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길구 : 저는 좀 낮게 나옵디다. 대체로 본인의 성격과 관계가 있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사역을 하는 분들에게 그러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중세 이후 교회가 쾌락보다는 절제를 강조한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심지어 수도원에서는 경건성을 강조하기 위해 내적 기쁨까지도 절제하고 자학을 하는 경우도 있었죠. 이러한 흐름이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오는 것 같습니다.
김수성 : 저는 이 책을 보면서 제목이 선정적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쾌락’이라고 하면 긍정적 의미보다는 부정적 의미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원제는 ‘순수한 즐거움’ 또는 ‘순결한 즐거움’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현호 : 우리가 살아오면서 이데올로기 등으로 인해 잃어버린 좋은 말이 많습니다. ‘동무’라는 말이 공산주의와 맞물리면서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된 것과 같이, 쾌락이란 말도 ‘종교적 거룩’에 반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말을 많이 사용해서 본래의 자리로 되돌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길구 : 저자가 인용한 성경 구절을 보면 시편이나 아가서 등이 많은데, 전도서 8장 15절에 “이에 내가 희락을 찬양하노니 이는 사람이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해 아래에는 없음이라.”는 구절에서 사용한 ‘희락’이라는 말이 어울릴 것도 같습니다.
김수성 : 그게 상당히 적합한 단어일 것 같네요.
김현호 : 히브리어 ‘마카리오스’라는 말에는 ‘쾌락이 넘쳐흐르는 삶을 누려라’라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쾌락이라는 말을 우리도 자주 사용하면 익숙해지리라 봅니다.

#교회가 이제는 ‘쾌락’을 처방했으면
김길구 : 이 책 첫머리에 양치식물 비유가 나옵니다. 양치식물은 고사리 같은 식물인데, 주로 경사진 곳에 많이 서식한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는 식물이 무성해서 위험을 느낄 수 없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럴 때 ‘주의하라’고 강조합니다. 즉, 밑으로 미끄러져 떨어지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라는 것입니다.
김현호 :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놓치지 쉬운 소소한 즐거움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앞에서 말씀했듯이 중세적 경건함이 개신교에는 청교도적 금욕주의로 이어져 그것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생활 속의 쾌락마저도 억압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김수성 : 지난달에 읽었던 필립 얀시의 책에서도 이런 것이 강조되었죠. 특히 사역자들이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가끔 ‘달콤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이 책에서는 커피를 예로 듭니다. “사람들이 굶어 죽는 나라도 있는데 내가 어떻게 커피 한 잔에 3달러를 쓴단 말인가?”라며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지만, 일을 하는 사람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달콤한 휴식이라고.
김길구 : ‘종교적 중독자’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의무만을 생각하고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죠. 저는 ‘누리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참 좋은 낱말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끔은 맛있는 음식의 즐거움을 누리고, 또한 자유를 누려야 새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의무에만 매몰되면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죠.
김현호 : 저자는 ‘쾌락의 비용은 낭비가 아니다’고 강조합니다. 교회가 이제는 ‘쾌락’을 처방하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사역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성도들도 이러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동참해야겠죠.
김수성 : 저는 한국 교회의 예배가 너무 경건을 강조함으로써 교인의 즐거움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나님 앞에 나오는 것 자체가 기쁨이 되어야 하고, 예배가 축제의 장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예배 순서 등을 적절하게 조절했으면 좋겠습니다.
김길구 : 교회는 개인의 기쁨을 나눔으로써 공동체의 기쁨이 되도록 하라는 말과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이 책에서 좋은 예가 하나 나옵니다. 목사 청빙위원회 일원으로 참석했을 때, 계속해서 인간의 죄성(罪性)과 회개를 촉구하는 설교만 하는 분을 거부했다는 것입니다. 강단에 선 목회자는 희망과 쾌락도 충분히 전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현호 : 그런 의미에서 저는 교회의 절기에 따른 설교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절기에 따라 회개와 기쁨, 의무와 희망 등 균형 잡힌 메시지를 골고루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하나님 나라 확장이 궁극적인 즐거움
김길구 : 저자는 일상의 쾌락을 이야기하면서도 쾌락에도 위계가 있음을 강조합니다. 즉, 맨 위에 계신 하나님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쾌락이 중요하기는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쾌락을 우리가 통제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쾌락이 우리를 통제하게 된다고 경고합니다.
김수성 : 우리가 누려야 할 쾌락을 ‘거룩한 쾌락’이라고 이름붙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절제하지 못하면 쾌락 자체가 우상이 된다는 것이지요.
김현호 : 균형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일과 쉼, 놀이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때 하나님께서 기뻐하는 쾌락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쾌락을 책임감 있게 수용하라는 말도 하나님 안에서 누리는 쾌락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세속적으로 이야기하는 쾌락과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길구 : 위르겐 몰트만은 “우리는 자신이 얻은 구원을 신나게 놀이로 수용해야 한다”면서도 “해방된 사람들 안에는 부활절의 웃음과 십자가의 슬픔이 둘 다 살아있다”라는 말로 균형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런 균형을 유지하면서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것이 우리에게 궁극적인 즐거움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에는 일터신앙을 이야기한 치과의사 이철규의 《오늘을 그날처럼》(새물결플러스, 2017)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정리: 김수성]

같이 읽으면 좋은 책
7일간의 기쁨 회복/ 김창현 / 이레서원
하나님을 기뻐하라/ 존 파이퍼 / 생명의말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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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28] “하나님은 우리가 즐거워할 때 더 크게 기뻐하는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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