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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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 교회학교에서 초등학생 고학년 어린이들로 팀을 짜서 함께 해외 비전트립을 다녀온 적이 있다. 지금도 초등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해외 비전트립이 거의 없는데, 당시에는 더더욱 희귀한 프로그램이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우선 명칭부터 거창하게 ‘단기선교’라는 이름보다는 ‘비전트립’이라 부르고, 어린이들이 할 수 있는 수준에서 현지 문화체험, 대학 탐방 및 고아원 방문과 공연 등의 활동으로 준비하였다. 시작단계에서부터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현지에 가서 활동하는 비전트립 본 프로그램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기 전의 준비과정과 갔다 온 후의 후속과정에도 충분한 내실을 기하여 더욱 의미있는 훈련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가기 전부터 열심히 모여서 함께 준비했던 시간들이 현지에서 빛을 발하여 즐거운 체험과 의미 있는 배움들이 풍성했었다. 그리고 다녀온 후 후속 모임을 가졌고, 그 후 일 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방문했던 고아원을 위한 후원금 기부 및 소식을 나누는 일을 계속 하였다. 그 과정을 통해서 함께 했던 교사와 학생들 모두 비전트립의 추억을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선교지에 대한 관심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 후로부터 또 6-7년이 지나 그때 참여했던 아이들이 잘 성장하여 교회 안에서 오후 예배시간에 성인식에 참여하는 것을 지켜보는 귀한 경험을 갖게 되었다. 낯선 해외에서 동고동락했던 아이들이어서인지 참으로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그렇게 함께 했던 신앙적 경험과 교회에서의 다양한 참여로 다져진 성장과정이 한 사람의 신앙인에게 오롯이 스며들어 있음을 목격할 수 있었다.
우리는 여름성경학교나 수련회 등을 인생의 임팩트 있는 한 점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 순간의 잊지 못할 강렬한 체험이 평생을 살아가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아동기의 성경학교를 통해서 교회에 소속감을 느끼게 되고, 청소년기에 여름행사를 통해서 회심을 경험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여름행사는 그 어떤 시간보다도 중요한 교육의 장이며 변화의 순간이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신앙교육은 점이 아닌 선일 경우가 더 많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경우는 진한 점과 점의 연결과 연장인 선으로 이루어진다. 만약 하나님을 만나는 강렬한 경험이 일상적인 신앙교육으로 계속해서 연결되지 못한다면 그 체험은 오래지 않아 힘을 잃고 말 것이다. 그 일상의 기나긴 마라톤의 과정을 지지하고 지켜봐주는 교사와 부모, 교회 전체의 사랑과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제 각 교회마다 여름행사가 시작되었다. 어린아이로부터 시작해서 청소년들 청년들까지 잊지 못할 시간들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소중한 것은 여름행사 그 후이다. 귀한 경험들이 다음세대의 삶에 지속적으로 녹아들어갈 수 있도록 행사 그 후를 준비해보자. 행사기간 내내 배우고 익혔던 것들을 되새길 수 있도록 활동했던 사진과 자료들, 찬양들, 영상들을 우리 부서와 교회 전체에 도배해보자. 여름행사를 위해 관심 가져주신 분들에게 행사 이후의 부서와 다음세대들을 위해서 기도제목을 나누고 기도요청을 해보자. 국내 성지순례를 할 수 있는 지도를 제작하거나 가정예배를 돕는 말씀묵상 가이드를 만드는 등 휴가기간을 가족들과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신앙적인 팁들을 만들어 전해보자. 그리고 새 학기에 새롭게 시작될 훈련프로그램, 전도활동, 토요활동들을 준비해보자. 그렇게 교회학교가 어떻게 다음세대에게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줄 수 있을 것인지 좀 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계획을 부서 전체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여름행사 그 후는 다시 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음세대를 살리고자 하는 우리의 강렬한 열망도 무더위를 뚫고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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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학교를 살린다] “여름행사 그 후,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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