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송길원목사 copy.jpg
 
# 아내가 말한다. “여보, 나 TV에서 서서히 벗어나기로 했어” “오랜만에 철든 소리 하네” “한꺼번에는 어렵고 서서히 끊어야겠어. 중독이야!”
그런 아내를 위해 기도한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여! 아내가 TV를 들여다본 시간보다 나와 가족들의 얼굴을 쳐다본 시간이 더 많음을 주목하게 해 주소서. 아내가 <지붕 뚫고 하이 킥>을 보다가 남편을 발로 찬 것보다 잠자리에서 나를 발로 걷어찬 것이 많음을 기억하며 진심으로 그녀를 용서하게 하소서. 장동건에게 눈길을 주고 ‘헤헤’거린 것 보다 잠자리에서 나를 향해 몸을 눕히고 입을 더 크게 벌려 침까지 흘렸던 것을 기억하며 아내를 긍휼히 여길 마음을 주소서. 아멘”
나의 이런 기도는 순전히 키에르케고르가 드렸던 기도를 따라 기도하다 얻은 영감에 기초하고 있음을 자백한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여! 우리가 지은 죄가 아닌, 우리 자신을 붙들어 주소서. 그리하여 주님에 대한 생각이 우리 영혼을 깨울 때 우리가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가 아니라 주님께서 어떤 죄를 용서해주셨는지 깨닫게 하소서. 우리가 어떻게 길을 잃고 헤맸는지가 아니라 주님께서 어떻게 우리를 구원해주셨는지 깨닫게 하소서!” 주여. 남의 기도를 빌려 패러디한 죄를 용서하소서.
#. 아내가 묻는다.
“여보, 새해의 화두는 뭐예요?”
온통 연구소의 프로젝트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던 내가 대뜸 답했다.
“자연장이지 뭐”
“그런 거 말고 왜…‘소통’이니 ‘선진화’니 뭐 그런 거 말이예요”
“시사적인 것은 왜 물어?”
“왜 알면 안돼요?”
(그렇다. 알아야 한다.) “알아볼 것 없이 우리가 만들지 뭐, ‘감사’는 어때?  
시인(詩人) 김현승님은 이렇게 노래했다.
<감사하는 마음>
그것은 곧 아는 마음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그리고
주인이 누구인지를 깊이 아는 마음이다.
#. “여보, 방송하고 올게”
“응 잘 갔다 와요”
이른 아침부터 설쳐대는 남편에 대한 배웅은 침대에서 약식으로 끝난다. 이들 녀석은 소파에 누워 잠들어 있다. 아침 방송을 꼬박꼬박 챙겨 들어주는 이는 어머니 밖에 없다. 그리고 꼭 소감을 말씀해 주신다. “우리 아들 방송, 잘 들었다. 목소리도 좋고, 재미있더라” (그게 어째 내 방송인가? SBS 회장꺼지.) 나이 들어감면서 ‘덤덤’해지는 아내와 자식들과는 사뭇 다르다. 아내는 무슨 방송인지도 모른다. ‘또 방송’인가 보다 하고 끝이다. 집으로 돌아와서 늦잠을 즐긴 아내와 아들을 깨워 밥을 사 먹이러 나간다. (아침 밥상을 건너뛰는 것을 그렇게 행복해 하니…)최고의 서비스다. 그런데도 감동이 없다. ‘아침 잘 먹었네’ 의례적인 인사일 뿐 아들 녀석은 말한다. ‘이 집 잘하네요’ 갑자기 어머니에게 달려가고 싶다. 어머니는 그러실 거다. “돈 드는데 어딜 가냐? 김치하고 집에서 밥먹자” 그래, 서운해 말자. 그래서 ‘어머니’다. 난 소원한다.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꼭 여자로 태어나 내 어머니의 어머니가 한 번 되게 해 달라고, 그러면 그 빚을 갚을 수 있을게다.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가정칼럼] 새해, 아내와 함께한 일상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