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송진호 사무총장2.jpg
 
필자가 부산에 온 지도 벌써 반년이 넘었다. 1년도 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부산은 참 많은 사건을 겪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반복되는 질문은 기업의 이윤이나 애향심, 그리고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에 앞서야 하는 '인간안보와 시민의 안전(human security)' 사상이 온갖 절충과 타협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경험과 그 갈등과 혼란 현장 한 가운데에서 우리 교회의 존재감과 목소리를 발견하지 못하는 문제의식이었다. 
국가경영 차원에서 바라보면 모든 문제와 이슈들은 중층적이고 다양한 고려와 배려사항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모든 배려와 고려에 앞서서 최우선적 가치와 원칙으로서 타협과 절충의 대상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은 시민의 생명살림과 안전, 그리고 인간 존엄성을 지키는 인간안보(human security) 사상이다. 생명과 안전, 인간 존엄성과 인간안보의 원칙이 여타의 배려, 고려사항 및 정치적 제 계산법에 떠밀려서 매 사건 때마다 우선순위의 뒷전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우리는 세월호 기억 이후로 데자뷰처럼 반복 경험하고 있다.
작년에 부산 시민들의 노력으로 고리원전 1호기 영구폐쇄 결정을 얻어낸 사건은 그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경제 효율성논리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논리가 첨예하게 대립하였던 노후 원전을 영구폐쇄 결정한 것은 너무나도 환영할 사건이었다. 부산 도심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한 고리원전 폐쇄 결정의 기억은 또다시 제기되고 있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졸속 결정한 정부와의 또 다른 마찰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탈핵을 선언하고 실천하고 있는 독일 정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산업 경쟁력 위축론과 신재생에너지 시기상조론, 전기요금 인상론, 그래서 징검다리 에너지가 원전이라고 주장하는 원전 찬성론자의 온갖 경제 효율성 중심논리에서 우리는 또다시 시민의 생명과 사람 중심의 안전사상 부재에 대한 성찰적 반성이 필요하다. 원자력을 지지하는 사람이건 원자력을 반대하는 사람이건 이것은 이데올로기 논리도 진보-보수 편가르기 논리도 아닌 사람중심의 생명존중 인간안보의 관점에서 함께 토론되어야 할 사안이다. 
벌써 시민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고 있는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둘러싼 정치권과 지자체, 거기에 편승한 시민사회와 언론의 미성숙한 민낯들 속에서 진정 시민의 안전을 둘러싼 합리적인 논의 테이블도 가져보지 못한 경험이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앞에서도 냄비처럼 잠깐 들끓었던 불매운동 여론도 벌써 뇌리에서 지워지고 있다. 정작 안전한 소비자운동과 생명살림의 대안소비운동에 대한 논의마저 사라져 버렸다. 성주군민들의 사드 반대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우리는 주민 안전이슈는 사라지고 ‘외부세력’과 ‘종북좌파’의 개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탄저균과 지카바이러스 등 미군의 생화학전 대응능력을 기르기 위한 연구과제인 ‘주피터(JUPITER) 프로젝트’가 부산에 도입된다는 데에도 자치단체도 지역 정치권도, 심지어 지역 내 교회도 여전히 공론의 장에서 합리적인 토론조차도 못해보고 있는 실정이다. 과잉되고 조작된 애향심과 애국심, 국가안보논리와 보랏빛 경제성장 환상의 바람몰이 속에서 정말로 오늘의 부산시민들과 미래세대 부산시민은 정말 안전한 것인지에 관한 차분하고 객관적인 검증과 합리적인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오늘날 시민들의 다중의 불안 속에서 이미 이데올로기가 되어버린 경제 중심의 성장론과 경쟁력 신드롬의 보랏빛 환상 앞에서 반복되는 생명 경시풍조와 안전 불감증 현상 속에서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생명존중과 인간 중심의 안전사상을 시정과 국정의 최우선적 가치와 원칙으로 재편해 나가는 일에 교회가 앞장서야 할 때이다. 그래서 전통적 군사력 중심의 국가안보 개념을 확장하여 시민의 생명과 안전, 복지와 평화, 인권과 인간 존엄을 중시하는 안보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인간안보(human security) 개념을 성서에 기반하여 해석해내고 강화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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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호 사무총장] 안전과 생명살림, 기억과 책임, 그리고 교회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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