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장기려 가족사진.jpg
 
“왜 중혼을 안 하십니까?”
“이북에 있는 처자식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네”

필자가 부산교계기자로 왕성하게 활동한 시기는 1975~2000년으로 약 25년간이었다. 1975년 8월 초순 어느 날, 기독사회관이 있는 서구 토성동에 소재한 ‘장미회’란 조그마한 사무실에서 간질환자들을 치료하는 목요일 오후 시간에 필자가 그곳을 방문했다. 장 박사가 진료하는 장미회 멤버 의사와 함께 예고 없이 찾았다.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어느 환자가 많이 아파하는 표정으로 장 박사한테 진찰을 받고 나오지 않는가. 그리고 막간을 이용한 시간에 장 박사에게 찾아 온 용건을 얘기하고 차 나누는 시간을 빌렸다. 물론 양해를 구하고 난 뒤에야 만날 수 있었다. 
“장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그런데 방금 나간 환자는 몹시 아픈 표정을 짓습니다. 큰 병원에 안가고 여기 왔습니까?
“글쎄요. 중한 암환자인데 별 처방이 없이 소화제를 처방하고 편안히 쉬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웃으며 살아가라고 일러 주었습니다만”
장 박사는 이렇게 중한 환자든 아니든 마음이 편해야 병을 이겨낼 수 있다고 꼭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것은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예수님을 의지하고 살라는 뜻이 내포된 말이었다. 그런지 몰라도 장 박사한테 진료를 받고 난 환자들은 장 박사가 처방해 준대로 ‘소화제라도’ 먹고 편안하게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단순하게 생활하는 것으로 삶의 태도를 바꾸면 반드시 병을 이겨 낼 수 있다는 장 박사만의 영적 치유의 안심 처방으로 여겨지는 모습을 그에게 피부로 느꼈다. 

▲환자에게 안심처방을...
필자는 그때 좀 짓궂은 질문을 한 번씩 던져 당황하는 상대방을 보고 속으로는 쾌유를 느끼는 질문을 이따금씩 했다. 
그때 찾아가서 질문한 내용은 “왜 이 젊은 청춘의 나이에 중혼을 안하십니까?” 재혼은 아내가 사별할 때이고 중혼은 이북에 두고 온 처자식이 있지만 그때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그 당시로는 대개 월남해서 이남에서 살고 있는 목회자들도 이곳에서 중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장 박사 곁에는 예쁜 간호사와 신학생이었던 김OO 여학생이 자신의 집에서 숙식을 하면서 살림을 도와 준 것 때문에 이상한 루머가 돌고 돌아서 그만 중혼하면 그런데서 해방될 것으로 알고 불쑥 물어본 첫 화두가 중혼이었다. 
“여보게 신기자! 보다시피 나는 처자식을 이북에 두고 홀로 나만 살겠다고 아들 가용이와 함께 내려왔다네. 이것이 얼마나 하나님 앞과 아내 그리고 두고 온 자식 앞에 죄가 되어 한시라도 그런 뜻을 생각도 못하고 쥐 죽은 듯이 정신없이 살아 온 것이라네. 무슨 나만 좋아라고 하는 것은 기독교 윤리에도 맞지 않고 기독교에 대한 배교와 같이 배반으로 치부할 수 있다네. 그러니까 그런 말(질문)은 그만하고 다른 용건이나 하게나”라고 그만 질문을 이어 갈 수 가 없이 가로막는 것이 아닌가. 

▲사랑과 영혼의 대화
장 박사는 늘 이북에 처자식을 두고 내려온 일에 대한 죄책고백을 한 사실이 있다. 그가 어느 날 공중 예배 기도시간에 “주여, 나는 죄인입니다. 처자식을 남겨두고 나만 살겠다고 내려온 죄인 중에 가장 큰 죄를 지은, 죄인임을 고백합니다. 용서하여 주시옵소서”라고 어느 부산산정현교회 주일 예배시간에 한반도 통일을 위하여 3.1절 기념예배 시간 공중기도회에서 그렇게 기도한 부분이 있었다. 그는 홀로 지내면서 아내의 사진을 책상 위에 놓고 하루도 빠짐없이 영적 대화를 속삭이고 왔던 것이 장 박사의 첫일과에서 부인과 대화하는 ‘사랑과 영혼의 대화’시간이다. 
“여보, 오늘도 날씨가 맑구려. 그쪽은 어때요? 송도 바다 지평선 넘어서 3.8선을 지나면 당신도 남쪽 하늘을 바라보고 하나님께 기도하겠지요. 나를 위해서 말이요. 나는 이렇게 잘 지내고 있는데 얼마나 고생이 많습니까. 너무 죄송하고 미안합니다. 꼭 살아계셔서 언젠가 만날 수 있겠지요? 설혹 못 만나면 저 하늘에서 영원히 만나서 못다한 얘기를 꽃을 피웁시다. 사랑해요. 여보!”
장 박사의 하루가 눈을 뜨면 이런 사랑과 영혼의 기도를 하고 일과를 시작한다. 
지금은 3.8선 없이 하늘나라에서 만나서 사랑스럽게 지낼 수 있겠지요. 

(…다음호에 계속)

신이건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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