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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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네오 섬 동부지역에는 지도에도 잘 나타나지 않는 작은 섬들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마이가 섬(Pulau Maiga)이다. 이 작은 섬에는 언덕하나 없는 평지에 야자수와 수상가옥 이십여 채 뿐이다. 여기에 바자우 족 70명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그 중에 아이들이 50여명이다.
십여 년 전, 한국인 젊은이가 이 작은 섬에 많은 아이들이 살고 있다는 현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무엇엔가 끌려가듯 찾아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무슬림인데다가 오랜 세월동안 국적도 없이 육지인들에게 멸시와 천대를 받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매우 경계하는 습성이 있었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던 젊은이는 그 섬에서는 접할 수 없는 음료와 사탕 등을 사서 보트에 싣고 섬으로 향했다. 늘 사람이 그리운 아이들이 멀리서 보트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해변으로 달려왔다. 가난한 부모들은 구호품을 가지고 이따금 찾아오는 이들을 마다하지 않는다. 다만 경계할 뿐이다. 생존에 위협을 가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일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품고 이 낯선 곳을 찾은 젊은이는 보트에 싣고 온 음료와 사탕을 모여 든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어느새 섬에 사는 모든 아이들이 모여든 듯 했다. 신발은 고사하고 벌거벗은 아이들이 태반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눈망울은 바다처럼 깊고 하늘처럼 맑았다. 그런데 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보니 저만치에 고개 숙인 한 소녀가 보였다.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소녀는 움직이지 않았고 얼굴표정도 어두워 보였다. 모여든 아이들을 흩어 보내고 소녀에게 다가갔다.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는 젊은이에게 무엇인가 할 말이 있어 보였다.
젊은이는 익숙하지 않은 바자우 족의 말로 더듬거리며 소녀에게 물었다.
“얘야,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니?”
그때서야 소녀는 당돌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저씨, 콜라도 좋고 사탕도 좋은데요. 이런 것들은 다른 사람도 가져오고 우리 아빠도 사 줄 수 있어요. 나는 지금 열 살인데 글을 읽을 줄도 모르고 쓸 줄도 몰라요. 이 섬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학교에요. 글 배울 수 있게 해 주세요.”
한국인 젊은이는 소녀의 말에 미안함과 부끄러움으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생각이 짧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곳으로 이끄신 뜻을 이내 알아차렸다. 사랑으로 누군가를 섬긴다는 것은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다. 어디 물질적인 필요만 있겠는가?
그 후 한국인 젊은이는 지난 수년간 이 섬의 아이들을 품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혼자의 힘으로 소녀의 꿈을 실현시켜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소녀의 간절함과 젊은이의 절실함이 이 일을 시작하신 그분에게 닿았던 모양이다. 우리를 만나게 하신 걸 보면.
지난 7월 19-28일까지 샘터교육문화원과 부산YMCA 국제청소년리더십센터는 청소년 15명과 함께 ‘2015 희망아시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바자우족 어린이를 위한 학교세우기’로 마이가 섬과 깔라뿌안 섬에 각각 목조수상학교를 지어 기증하는 것이었다. 이 일에 150여명의 아름다운 후원자들이 함께 했다. 이렇게 마이가 섬의 한 소녀가 품은 꿈이 기적같이 이루진 것이다.
사람은 마음속에 무엇을 품고 사느냐가 중요하다. 마음에 품은 것이 있어야 ‘절실함’과 ‘간절함’이 나온다. ‘절실함’은 꿈을 향한 성실한 자세를 만들어 주고 ‘간절함’은 때를 만나 현실이 된다. 기적은 지금도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고 꿈은 현실이 되고 있다. 결코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올 여름, 마이가 섬의 한 소녀가 가르쳐 준 고귀한 삶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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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덕 목사] 마이가 섬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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