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노미(Coronomy)”는 21세기 들어 맹위를 떨치고 왕관을 닮았다 해서 붙인 바이러스의 이름 코로나(corona)와 경제를 가리키는 이코노미(economy)를 합쳐서 지어본 말입니다. 이제는 판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점차 확산되고 있지요? 이탈리아에서는 거의 모든 도시에 일종의 봉쇄 조치가 내려졌고, 미국에서도 일부 주에서는 비상사태가 선포되는가 하면, 비교적 안전지대라고 느끼는 나라들은 저마다 출입국통제에 여념이 없습니다. 마스크뿐만 아니라 휴지를 비롯해서 생필품 시장도 혼돈 상태에 빠져 전시에나 볼 수 있는 가격 통제 혹은 강력한 세무조사가 등장하는 뉴스를 나라 안팎에서 대합니다. 인류가 이전에는 결코 경험한 적이 없는 현상입니다. 전염병이 지금보다 더 심각하게 창궐했던 중세의 경우 경제 규모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작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어느 때보다 정보가 빠른 시대에 그 어느 것보다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가 등장하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아시아와 유럽 증시가 폭락하더니 최근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상륙한 미국마저 2주 연속 증권시장이 ‘블랙먼데이’를 맞았고,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일시적 거래중단조치(서킷브레이크)가 발동되기도 했습니다. 이 와중에 일부 중동 국가가 수출 가격을 내리면서 국제 유가는 한 때 1997년 이래 최대인 30% 폭락을 기록했습니다. 전형적인 불황의 조짐들입니다. 반면에 마스크나 휴지 등 생필품 가격이 뛰고, 이동 제한으로 말미암아 물류 가격도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총체적 경제 위기를 촉발한 셈입니다. 5년 전 빌 게이츠의 말이 다시 화제입니다(TED). “인류에게 가장 두려운 재난은 핵폭탄도 기후변화도 아닌 글로벌 전염병이며, 전염병 확산은 전시 상황(war time)이다.”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2년 메르스 때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았고, 사스 후 한국의 경제성장률 또한 전년 대비 –4.6, 신종 플루 후에는 –0.4 포인트 하락했습니다(한국은행). 그러면 더 민감하고 오래가리라는 이번 사태의 여파는 어디까지일까요?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는 빛을 보았습니다.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치킨집도 과일가게도 칼국수점도 재료가 다 소진되었다는 아름다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된 시민들의 너도 나도 ‘제값에 사겠다’는 주문이 폭주했기 때문이라죠? 국회에서 ‘타다금지법’이 통과되는 와중에, 위기 속에서 자생적 공유경제가 꽃보다 먼저 봄의 포근함을 알려줍니다. 그뿐입니까? 이번에도 생업조차 내려놓은 채 속속 현장으로 모여드는 의료진들, 수많은 봉사자들, 그리고 생사를 도외시하는 관계자들의 헌신이 있습니다. 경제학 이론으로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이런 일들이 수치를 자랑으로 바꾸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데 일조합니다. ‘경제’란 단어가 본래 헬라어 ‘오이코노미아’에서 오지 않았습니까? 이 말을 성경은 ‘경륜’으로 번역합니다(엡 3:2, 9). 경제는 결국 하나님의 ‘나누어주고 베풀어주심(dispensation)’에 기초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의 경륜이 이번에도 뚜렷하게 드러나기를, 그래서 만인이 경제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을 찬양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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