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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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완성을 위한 경제학자의 제언
 
 신년특집으로 신앙 서적이 아닌 시민교양서를 선정해 보았다. 세계인이 격찬한 에버트 인권상에 빛나는 촛불혁명으로 2017년 탄생한 문재인 정권이 공언한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과 결과의 정의로움이 집권 4년을 앞둔 지금, 이를 체감하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나아지기는커녕 더디기만 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살림의 경제학자 강소돌 교수는 공정성, 공공성, 생동성이 살아 숨 쉬는 민주사회를 만들 때 비로써 완성된다고 주장한다. 남은 과제로 저자는 엘리트주의, 전문가주의, 시장만능주의, 가부장주의, 중앙집권주의, 국가주의를 극복하여 자율적인 시민적 역량에 기반한 생동성vitality 민주사회를 제시하고 있다.
|| 저자 강수돌교수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서 수학 중 돈벌이 경영이 아닌 ‘살림살이 경영’에 관심을 두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학문의 길에 들어선 후 독일 브레멘대학에서 노사관계로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 이후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교수로 있으면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행복한 삶을 위한 인문학》 《나부터 세상을 바꿀 순 없을까》 역서《중독사회》《세계화의 덫》 등이 있다. 파람북, 2019. 14,000원.

◇ 같이 읽으면 좋을 기독 서적들
  《현대사회의 문제와 그리스도인의 책임》 개정4판 존 스토트 / IVP / 2006
  《교회의 윤리 개혁을 향하여》 문시영 지음 / 대한기독교서회 / 2016
  《공공신학으로 사는 길》 최경환 지음 / 공공신학으로 가는 길 / 2019 
  《정의 평화교육시리즈1~3권》 정주진 지음 / 대한기독교서회 / 2014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현호 기쁨의집 대표, 김형기 팔복교회 목사
 
noname02.jpg▲ (출처: 다음카페에서)
 
 
생동성 민주주의를 위하여
“보통사람들인 우리 시민이 주인이 되는 진짜 민주주의를 위해선 자유민주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그 대안을 나는, 사람과 자연의 생명력이 살아 있는, 생동성 vitality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영혼의 자유를 위하여
김길구 교수신문이 선정한 2019년도 사자성어는 ‘공명지조(共命之鳥)’였습니다.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인 공명조가 자신만 살려고 다른 한쪽을 죽이면 결국 같이 죽게 된다는 의미로 작년 한 해 분열된 우리사회를 반영한 것이라 씁쓸했습니다. 올해는 공존공영(共存共榮) 같은 따뜻한 얘기로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김형기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한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영육 간에 강건하세요.
김현호 국내·외의 여러 요인과 100여일 앞으로 다가선 선거로 꽤나 시끄러운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최근의 이란과 북한 등의 돌발변수도 우려가 됩니다. 이달의 책은 촛불 이후 한국사회의 행방을 모색하는 시민교양서를 선정했습니다.
김길구 무례한 기독교란 말들이 회자될 때 교양을 높여 보자는 취지로 이 코너가 기획됐으나, 지금은 기독교의 위기란 말이 일상화된 시기라 교양, 문화 같은 말이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만큼 우리의 삶에 여유가 없어졌어요. 책 표지에는 인권상인 에버트상에 빛나는 촛불혁명과 새로운 정부의 출현에도 ‘왜 민주주의는 여전히 미완성인가?’라는 도전적 부제를 달았습니다. 이 책을 적극 추천하신 목사님께 선정이유를 들어보죠.
김형기 기대가 실망으로 바꿔서일까요? 개혁피로감이랄까? 허탈감이릴까? 지금 이런 분위기잖아요? 문재인 정권 4년 차에 돌입했고, 총선을 앞둔 이 시점에서 변화가 더딘 이유도 궁금하고, 제목도 눈에 띄죠. 사실 저자도 잘 몰랐고, 책 내용도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목만으로도 오늘 모임의 길잡이 역할은 하겠다고 생각했지요.
김현호 최근에 시사와 관련하여 언론 등에 발표한 다양한 주제들을 묶어서인지 우리가 아는 친숙한 생활 주변의 사례들이라 생소하지 않고요, 저자 자신이 ‘돈벌이 경영’이 아니라 ‘살림살이 경영’ 자로 소개하듯 서민들의 삶과 관련된 일상의 문제들을 다뤄서 저자의 관점에서 사회를 들여다보는 계기는 된 것 같아요.
김길구 저자는 민주주의가 헌법에 명시된 대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라고 했을 때 우리는 주인이라기보다는 노예에 더 가깝다며, 촛불혁명은 위대한 성과지만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한 시작에 불구한데 가야할 길은 멀다며 극복해야할 과제들을 제시하고 있어요. 주목할 것은 영혼의 자유 특히 물질에 장악당한 영혼의 자유를 되찾는 일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완성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형기 그가 주장하는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하여 극복해야 할 과제로는 엘리트주의, 전문가주의, 시장만능주의, 가부장주의, 중앙집권주의, 국가주의입니다. 성서에도 요시야와 느헤미야의 개혁이야기가 있습니다만, 두 사례 다 비슷하게 출발했지만 승패를 가른 결정적인 차이는 국민의 의식화, 조직화, 동원화 과정의 차이였습니다.
김현호 저자는 보수우파들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돈벌이의 무한자유를 추구하는 자본계급의 이념으로 이는 가짜민주주의라며 그 대안으로 인간과 자연까지 아우르는 시민적 역량을 중시하는 생동적민주주의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입니다.

공정성의 가치
김길구 저자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되묻고 있고, 이를 완성하기 위하여 우리 사회의 공정성, 공공성, 생동성으로 나눠 얘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 순서를 따라가 보죠.
김형기 우선 저자는 공정성의 가치에 대해서 말하고 있어요. 세목들로 보면 정치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제도화되고 있지만 ‘민주주의는 공장 문 앞에서 멈춘다’는 말이 상징하듯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공존에 대한 현장의 얘기, 직장 내 왕따문제와 갑질에 속수무책인 직장문화 등 돈에 종속되어버린 시장의 폭력성과 수단화되어버린 노동의 소외문제 등을 다루고 있어요,
김현호 기울어진 운동자처럼 불공정한 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를 읽다가 문득 복음주의자 존 스토트를 떠올렸어요. 그는 그리스도인들이 19세기 노예제 폐지운동에 앞장선 예를 들면서 일(노동)은 고용주와 개인의 계약문제이면서 동시에 우리 모두의 공동의 문제이자 세계의 문제라며, 이를 위하여 생산뿐 아니라 소비적 측면까지 고려한 윤리적 소비와 공정무역fair trade까지 언급하면서 그리스도인은 사회구조를 바꾸려는 노력과 함께 사회정의를 이루기 위하여 사회행동social action의 필요성을 주장합니다.

공공성의 가치
김길구
IMF사태 이후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의 전 지구적 단일시장에 편입되면서 정치, 사회, 경제를 포함한 사회 전 영역이 황폐화 되었어요. 그 결과 직장인 85%가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에 시달리고, 최고의 실업률, 최저의 출산율, 최고의 산재, 최저의 행복도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형기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교육 불평등을 낳고 이것이 취업 불평등을 낳으며 다시 이것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낳은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결국 생존을 결정하는 건 결국 금수저냐? 흙수저냐? 의 ‘수저의 색깔’인 셈이죠.
김현호 경제적 불평등을 넘어 더욱 근본적인 문제, 의식의 문제라고 봅니다. ‘인간적 필요와 충분함의 미학을 온 삶의 과정에 녹여내는 진정한 시스템 전환’만이 민주주의와 삶의 질을 고양하니까요..
김길구 이런 주장들은 늘 있어 왔고 지금도 있어요. 한 예로 2004년 가나에서 열린 세계개혁교회협의회의 공식 신앙고백문인 아크라 문서에는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를 신앙과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시스템’으로 규정하였고, 2006년 WCC의 아가페 문서에는 무한 경쟁의 신자유주의 세계질서를 ‘죽음의 경제학’으로 표현하면서 여기에 맞서는 대안으로서 ‘생명의 경제학’을 제안하기도 했지요.
김형기 이러한 입장은 신앙적 측면뿐 아니라 우리 삶의 전 영역에 총체적 복음으로서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하나님의 주권과 다스림을 인정하고, 우리 사회를 하나님의 선한 통치로 바꾸려는 신앙에 기초한 고백에 기초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생동성의 가치
김길구 끝으로 생동성의 가치인데요? 영어로는 vitality 활력이예요. 저자는 이 생동성에 대하여 뭐라고 말하고 있나요?
김현호 특별히 생동성 민주주의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진 않지만 권력과 돈으로부터 벗어난 영혼이 자유로운 시민들의 자율성에 기반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새로운 세상, 혹은 시스템으로 묘사했는데 너무 추상적인가요?
김형기 읽으면서 느낀 것인데 가장 현세적이어야 할 경제학자의 글에서 영혼의 자유, 돈으로부터의 자유, 인간과 생명의 가치 등 기독교의 가치들이 녹아있어서 놀랬어요. 그리스도인인 우리들이 정작 더 세속화 되어 있지 않은지 되새겨봐야겠네요.
김길구 끝으로 강수돌교수의 글중 일부를 옮기는 것으로 오늘의 얘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과연 우리는 속물주의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속물주의는 마음의 습관이기도 하지만, 자본이 만든 제도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속물주의에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기보다 당당함을 느끼는 것도 이미 자본(돈벌이 논리)을 내면화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자연성인 내면의 본성, 즉 영혼의 자유를 회복하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새 세상을 열려면 이 속물주의와 부단히 투쟁해야 한다. 알콩달콩 소중한 우리네 삶을 도둑맞지 않기 위해서다.

[정리: 김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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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왜 민주주의는 여전히 미완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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