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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을 보며 사회의 거울로써 영화를 생각하다
2019/11/25 14:5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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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사회는 역동적 관계
영화와 사회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역동적인 관계다. 영화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과 같고, 사회는 영화의 영향을 받아서 변화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영화들이 사회와 역동적인 관계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지난 해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들이 무려 1천6백 편이 넘지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는 수십 편에 불과하고 그 마저도 기억의 뒤편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기 일쑤라서 모든 영화를 상대로 영화와 사회와의 역동적 관계를 논하는 일은 민망하기까지 하다.
때로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로써의 영화가 현실을 제대로 비추는 투명한 거울이 아닌 오목거울이나 볼록거울처럼 현실을 왜곡시키는 바람에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미국 공황기에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상업영화 영화들이 대표적이다. 당시의 할리우드 영화들은 실직과 빈곤의 사회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대저택에 살며 화려한 파티를 즐기고 멋진 자동차를 소유하고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자식들과 함께 사는 행복에 겨운 부자들의 세상만을 묘사하는데 급급했다. 그래도 사회적 영향력은 적지 않아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극장을 찾아서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그려진 영화를 보며 환상에 잠기곤 했다. 비현실적인 영화는 어려운 현실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게 만드는 도피처 역할을 한 셈이었다.
그러나 보고 싶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사회현실을 반영하는 바람에 예상치 못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한 영화들도 적지 않다. 2011년 황동혁 감독의 <도가니>는 공지영 작가의 원작 소설 <도가니>가 해내지 못한 사회적 영향력을 과시하며 우리 사회 ‘도가니 신드롬’을 몰고 왔었다. 청각장애아동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일어난 교장과 교직원들의 성폭력사건을 묘사한 이 영화는 2006년에 광주인화학교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2009년 공지영 작가를 통해 소설로 등장하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문화적 이슈였지 사회적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영화를 본 사회는 달랐다. 대통령과 대법원장 그리고 경찰청장과 여야 국회의원들이 앞 다투어 영화를 봤고, 장애인들을 향한 성폭력에 강력 대처하는 법안, 이른바 ‘도가니법’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영화의 힘이라 말할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신드롬의 이유는 정의가 실종된 한국사회를 비추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영화가 해냈기 때문이었다.
 
우리와 함께 사는 82년생 김지영
이번에는 김도영 감독의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사회의 거울로써의 영화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조남주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 한 이 작품은 페미니즘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여성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한국사회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이 영화가 화제가 된 이유는 영화의 내용에 대한 분석과 비판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 가부장적인 문화에 익숙한 우리 사회의 남성네티즌들의 막연한 여성혐오적인 시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약 2만 명이 참가한 네이버의 네티즌 영화 평점을 보면 남성 네티즌은 10점 만점에 1.88점으로 거의 테러 수준에 가까운 평점을 주었는가 하면, 이와는 대조적으로 여성 네티즌 들은 9.47점의 평점을 주는 바람에 남녀 성대결과 같은 구도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 평점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이 극과 극의 대조를 보인 이유는 영화를 보지 않은 남성 네티즌들이 평소 가지고 있었던 여성 혐오적인 감정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영화를 본 관객들의 가운데 남성(9.54점)의 평점은 여성(9.60점)의 평점과 거의 비슷한 높은 점수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단지 52년생이나 62년생 여성이라면 ‘다 그런가 보다’ 하며 넘어갔을 것 같은 우리 사회의 여성 차별적인 행태들이 82년생 여성에게는 인격과 삶을 훼손하고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일 수 있음을 영화는 보여주었다.
정대현(공유)과 결혼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지영(정유미)은 어린 자식을 돌보며 살아가는 평범한 여성이다. 명절이면 시댁에 가서 음식 만드느라 눈코 뜰 새 없고, 육아와 가사에 올인하느라 자기계발은 꿈도 꾸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래도 자신의 실력을 인정해준 옛 직장의 상사가 차린 회사에 취업을 해보려 하지만 애를 맡길 곳이 없어서 결국 포기하고 마는 그에게 찾아 온 것은 정신질환이었다. 영화는 정신에 어려움을 겪는 아내를 위해 휴직을 고려하는 자상한 남편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 영화가 결코 남성혐오적인 메시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할뿐만 아니라, 오히려 남편 대현(공유)의 아내에 대한 사랑과 돌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여성에 대한 차별을 줄이고 남녀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가족의 가능성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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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
여성혐오의 출발점은 남성 중심적인 가부장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여성의 활발한 사회적 역할을 이해하지 못한데 있다. 기독교 심리학자인 폴 투르니에(Paul Tournier)는 자신의 저서 <여성 그대의 사명은>에서 서구사회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여성을 홀대해왔음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것은 유교문화권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첫째, 현대 이전의 사회에서 여성은 종처럼 취급당해 왔었다. 즉 자기 인생의 주체로서 삶을 살기 보다는 가족이나 남편을 위해 인생을 사는 존재로 전락했었다. 독립적이며 인격적인 존재로 살 권리를 박탈당하고 집에서는 부모나 형제의 그늘에서 살았으며, 결혼을 해서는 이기적인 남편의 뒷바라지를 해야 했고 직장에 다니더라도 승진은커녕 여성을 과소평가하는 고용주의 종살이 하는 존재로 취급받아왔다.
둘째, 여성은 남성의 성적인 쾌락을 만족시키는 ‘대상’으로 취급당해 왔다. 투르니에의 말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들의 ‘관음증적으로 훔쳐보는 대상’이 된 것이다. 남성들은 여성을 인격체로 대우하기 보다는 사고파는 물건을 보는 시각으로 대한 것과 다름없었다. 즉 여성은 남성의 욕망을 자극하는 도구로 전락되었고, 단지 성적 매력의 대상으로만 표현되는 분위기 속에 살아왔던 것이다.
셋째, 여성은 매력이나 품위를 제공하는 장식 도구로 취급당함으로써 물건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여성이 사회발전의 주체로서 역할을 인정받지 못하고 남성의 옆에서 보조를 맞추는 들러리나 기껏해야 광고의 모델처럼 미모를 상품화 시키는 도구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과거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에서 생산의 중요한 역할은 근육을 쓰는 힘이 여성 보다 우월한 남성의 몫이었다. 그러나 지식정보화사회를 사는 오늘날 생산의 도구는 힘이 아니라 세련된 두뇌와 이를 컴퓨터와 지식에 적용하는 정밀한 능력이다. 즉 여성의 특징이 지식정보화시대에는 더 어울리게 된 것이다.
여성의 활발한 사회적 진출과 남성의 전유영역에서 조차 여성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에 남성들이 함께 살고 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여성에게 남성의 지위나 역할을 강탈당했다는 뜻이 아니라 새로운 분야에서 상호조화와 보완을 이루어야 하는 사회문화적 변화를 받아들여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왜곡된 여성관의 근저에는 잘못된 인간관이 내재해 있다. 즉 인간 안에 존재하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조화가 이상적인 인간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한 인간 안에는 남성적인 면과 여성적인 면이 함께 내재해 있다. 남성성과 여성성의 조화와 상호보완은 한 인격체 안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폴 투르니에 말을 빌리자면 남성은 사물의 세계를 세우는 데 적합하고, 여성은 인격의 세계를 잘 형성한다. 따라서 이 둘은 동등한 동반자로서 서로 긴밀히 협력하여, 각각 자신의 사명을 수행함으로써 더욱 조화로운 세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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