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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계문명에 종속 될 미래를 위해 돌아온 경고
2019/10/28 12:3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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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다크 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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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SF 액션영화의 화려한 복귀
할리우드 최고의 SF 액션 영화를 한편 꼽으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터미네이터2>(1991)를 위해 엄지를 치켜 들 것이다. 비록 기계인간을 향해 쏜 것이긴 하지만 총기난사와 같은 어린 청소년들이 보기에 다소 과격한 폭력장면이 있는 것을 제외한다면 스토리나 배우들의 연기,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추격 장면과 무엇보다도 슈퍼컴퓨터를 사용한 특수효과에 이르기까지 뭐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오락영화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연출자는 관객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명확히 알고 있다. 적절한 공포와 유머를 섞을 줄도 알고 공상과학 영화라고 하지만 줄거리는 나름 그럴듯한 개연성도 갖추고 있다. 최첨단 촬영 기술에 능숙한 제임스 카메룬 감독이 <타이타닉>(1997)과 <아바타>(2009)를 통해 세계 흥행시장을 휘어잡을 수 있었던 것도 <터미네이터1,2>를 연출하면서 쌓아두었던 내공의 결과였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소환되어 오는 것은 언젠가는 스스로 생각하는 컴퓨터가 나타나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미래사회가 탄생할지 모른다는 어두운 설정이 꽤나 일리 있어 보이는 까닭이다. 과학자들은 컴퓨터는 단지 제공된 프로그램 안에서만 작동한다는 원리를 내세워 인간과 기계와의 전쟁은 단지 허구적인 상상력에 불가하다고 말하지만, 이세돌 9단을 물리친 알파고의 위력을 실감한 우리로서는 적어도 창조적인 사고능력을 갖추진 못하더라도 빅데이터를 가지고 끝없이 정보를 확장시키고 반복된 적용을 통해 인간을 농락할 만한 괴물이 제작될 가능성을 완전히 뿌리치지는 못하고 있다.
<터미네이터:다크 페이트>는 지금까지 ‘터미네이터’란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온 영화 가운데 <터미네이터1,2>를 직속으로 잇는 작품이다. 2015년도에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5번째 영화 <터미네이터: 제네시스>가 개봉하는 바람에 <터미네이터:다크 페이트>는 <터미네이터6>로 불릴 만도 하지만 제작진이나 감독, 그리고 ‘터미네이터’의 골수팬들은 이 영화야말로 <터미네이터1,2>를 잇는 연속작으로 참다운 3부작을 완성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2편의 연출을 맡아 <터미네이터>를 최고의 SF 액션영화로 만든 제임스 카메룬 감독이 직접 제작을 맡아 <터미네이터> 본래의 흐름과 맥을 이을 뿐만 아니라, 1,2편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물론 그동안 스크린에서 뜸했던 린다 해밀턴까지도 컴백함으로써 그후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악에 대항하는 신구(新舊)의 연합
<터미네이터:다크 페이트>는 <터미네이터2:심판의 날>로부터 27년의 시간이 흐른 뒤 사건을 진행시키지만 근본 이야기의 구조는 매우 유사하다. <터미네이터2>가 미래 반군의 지도자가 될 어린 존 코너를 제거하기 위해 기계들을 조종하는 스카이넷이 액체금속으로 만든 T-1000(로버트 패트릭)을 과거로 보내지만, 미래의 인간 지도자 존 코너 또한 새롭게 프로그램 된 T-800(아놀드 슈왈제네거)을 과거로 보내 어린 자신과 어머니 사라 코너(린다 해밀톤)를 보호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인간 파멸을 위해 프로그램된 T-1000은 자신 보다 성능이 다소 뒤떨어진 T-800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게 된다.
미래로부터 온 터미네이터의 존재를 잘 파악하고 있는 존 코너의 어머니 사라 코너의 등장은 다시 한번 여전사의 역할을 그녀에게 부여하기도 하지만 악에 대항하기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중심에 서게 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인간과 선하게 프로그램화된 기계, 남성과 여성, 노인과 젊은이 등 다양한 모습의 존재들은 서로 다른 차이를 넘어 미래 인간세상의 구원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T-1000과의 싸움이 나서게 된다.
<터미네이터:다크 페이트>에서 미래 인류의 생존을 위해 보호받아야 하는 인물은 존 코너에서 대니 라모스(나탈리아 레이즈)로 바뀌었다.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는 대니의 입장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하는 위치에서 이번에는 대니를 위한 싸움에 나선다. 대니를 죽이기 위해 더욱 진화된 액체금속 터미네이터 ‘Rev-9’(가브리엘 루나)는 T-1000을 대신하고, 전편에서 T-800이 했던 역할은 슈퍼 솔져인 그레이스(맥켄지 대이비스)가 맡는다. 즉 미래의 인간을 구원할 지도자를 제거하려는 인공지능 세력과 어떻게든 이를 막아보려는 인간과 또 다른 기계인간 여전사 연합의 대돌이 각종 액션을 동반하며 펼쳐지고 있다.
 
‘터미네이터’는 성경에서 아이디어를 빌렸는가?
제임스 카메룬의 <터미네이터>는 항상 미국의 보수적인 기독교인들로부터 극단의 평가를 받곤 했다. 한쪽에서는 화려한 액션으로 위장한 폭력장면이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는가 하면, 다를 한편에서는 기독교의 종말론에 입각한 메시아사상을 최첨단 문명을 누리는 현대인의 시각에서 재구성한 것이 아니냐는 우호적인 시선도 있었다. <터미네이터1,2>의 진정한 후속편인 <터미네이터:다크 페이트>도 마찬가지다.
공관복음서에 기록된 메시아 탄생의 역사적 사건을 구조적으로 모방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편의 경우 미래세계에서 인간 구원을 위해 싸우게 되는 존 코너의 아버지는 어머니 사라 코너를 보호하기 위해 미래에서 온 카일 리스(마이클 분)다. 그로 인해 사라는 동정녀 마리아의 잉태처럼 매우 신비스러운 임신을 하게 된다. 스카이넷이 보낸 사이보그 T101은 사라 코너와 이름이 같은 동명의 사람들은 모두 죽이는 한편, 2편에서 T-1000은 어린 코너를 살해하기 위해 주변의 사람들을 무참히 살해한다. 동방박사로부터 그리스도의 탄생 소식을 들은 헤롯대왕은 그 때를 기준으로 두 살 아래의 사내아이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하는(마2:16) 성경내용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그러나 주의 사자가 꿈속에서 위험을 알려준 덕분으로 아기 예수와 모친 마리아는 애굽으로 피난을 가게 된다(마2:13). <터미네이터1>의 마지막 장면에서 미래의 인간 지도자를 잉태한 사라 코너는 살해위험을 피해 멕시코로 떠나간다. 사라 코너에게 인간이 멸절당할 운명으로부터 구원할 지도자가 자신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리는 카일 리스의 행동이나 사라 코너를 보호하기 위해 나타난 T-800과 <터미네이터:다크 페이트>의 그레이스는 마치 예수의 탄생을 알렸던 천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존재들이다.
여주인공의 이름이 사라인 것도 흥미롭다. 주인공 사라 코너의 ‘사라’는 아브라함의 아내이며 ‘열국의 어머니’란 뜻을 가진 사라(Sarah, 창17:16)와 같다. 그녀가 신비스럽게 잉태한 아들의 이름은 존(John)인데 이 이름 역시 엘리사벳과 제사장 사가랴 사이에서 천사의 예언 과정을 통해 태어난 세례 요한의 이름과 같다. <터미네이터:다크 페이트>에 등장해서 대니를 보호하는 슈퍼 솔저 ‘그레이스’는 서구의 기독교인에게는 흔한 이름이지만 ‘은혜’를 뜻하는 ‘Grace(그레이스)’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어디까지나 성경의 여기저기를 베껴서 조합하고 상업 영화의 본질을 잃지 않기 위해서 허구적인 상상력을 덧입힌 통속적인 영화일 뿐이다. 노인이 된 사라 코너가 다시 한 번 총을 들고 싸우고 미래의 희망으로 또 다른 인물 대니가 등장하는 것은 아무리 우격다짐으로 집어넣는 다고 하지만 성경의 맥락과는 전혀 맞지 않는 얘기다.
그러나 이렇게는 생각할 수 있다. 성경이 현대 영화제작자들에게 문화콘텐츠의 원천으로서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역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십계>와 <삼손과 데릴라>를 만들었던 세실 드밀 감독은 성경이 얼마나 위대한 이야기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바 있다.
“누구든 성경 20쪽 만 읽을 수 있다면 영화 한 편을 만들 수 있다”
성경은 세상과 인간의 처음과 끝에 대해서 말하는 유일한 책이다. 기독교인에게 성경은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도 살아서 우리에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의 통로이지만,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자들에게는 뭔가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꼭 들춰봐야 하는 참고서와 같다. <터미네이터>의 기본 골격은 세상의 종말과 구원의 메시아 존재에 대한 성경의 이야기를 참고했을 뿐이다. 놀라운 컴퓨터 그래픽과 좋은 기술을 가지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할리우드는 단지 돈을 벌고 감독의 영광을 위한 가장 세속화된 성지임을 증명하는 듯하여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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