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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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어린 시절부터 ‘공부 잘해라’ 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으며 자라왔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공부를 잘한 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일단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기억을 잘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공부를 잘 하였다고 할 때 우리는 공부한 내용이 잘 저장되어 기억이 잘 난다는 말로 이해한다. 그만큼 우리는 무언가를 배웠을 때 잘 기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교사는 가르침의 내용을 잘 기억나게 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예수님의 가르침은 제자들에게 엄청나게 잘 기억이 났다는 사실이다. 제자들은 예수님과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공동체 생활을 하였고, 가장 가까이에서 예수님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다. 이렇게 듣고 보고 배운 내용은 고스란히 제자들의 마음속에 강렬한 기억으로 각인되어 예수님이 부활 승천하신 후에도 되살아났고, 배운 복음을 온 세상에 전파하게 되었다.
예수님의 탁월하신 교육방법을 교육학적으로 이야기한다면 기억과 관련하여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심리학에는 기억에 대한 부분이 있다. 교수 학습 과정에 있어서 기억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억은 주로 장기기억과 단기기억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중에서 장기기억이 오랫동안 우리의 머릿속에 잘 저장되어서 필요할 때마다 다시 재생되는 것이다. 기억에 관한 이야기가 몇 년 전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 영화를 관람하였다.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이 영화는 순박한 시골에서 살던 십대 소녀가 대도시로 이사 오면서 겪는 사춘기 사건들을 중심으로 그 소녀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와 기억의 공간 여행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주었다. 영화를 통해서 우리는 인간의 뇌 속에 저장된 무한한 저장창고 속의 기억들을 볼 수가 있는데, 장기기억 중에서도 몇몇 핵심 기억들이 다양한 정서들과 연관되면서 우리의 인생을 알록달록 수놓아간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제자들의 마음속에 일어난 교육적 변화를 엿볼 수 있다. 그들은 예수님과 함께 하며 경험한 다양한 사건들이 그들의 핵심기억이 되어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는 강력한 힘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나 베드로의 삶은 그러한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예루살렘에 성지순례를 가면 필수적으로 들르는 교회가 있다. 성전 아래에 위치한 베드로 닭울음 교회이다. 이 교회 곳곳에는 예수님과 베드로와 관련된 성화들, 동상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내부에 들어가면 두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이 두 그림은 바로 옆에 있는데, 한 그림은 베드로가 숯불을 앞에 놓고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하는 장면이고 다른 한 그림은 갈릴리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숯불을 사이에 두고 아침식사를 하는 장면이었다. 요한복음 마지막 장의 갈릴리 해변 장면을 떠올리면, 예수님은 그 장면에서 베드로의 마음속에 너무나 많은 것을 기억나게 하셨음을 알 수 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물고기가 많이 잡힌 일은 처음 예수님을 만나 그물이 끊어지도록 물고기를 잡았던 강렬한 순간을 떠올리게 했을 것이다. 아침식사를 차려주시며 제공해주신 떡은 오병이어의 기적을 생각나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활활 타오르는 숯불은 예수님을 부인했던 그 날 밤 예루살렘에서 있었던 일이 기억났을 것이다. 베드로는 만감이 교차하는 그 순간, 예수님의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는 세 번의 질문에 답하며 다시 한 번 예수님의 사람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했을 것이다. 그밖에도 제자들은 예수님과의 수많은 경험과 사건들을 기억하였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성만찬이다. 예수님의 승천 후 제자들은 예수님이 잡히시던 밤을 기억하기 위해 모여서 떡을 뗄 때마다 포도주를 마실 때마다 예수님을 기념했다. 이 모든 강렬한 기억들을 우리는 추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수님은 공생애 기간 동안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신 것이다. 그 추억들은 소소한 일상의 것들로부터 십자가와 부활의 강렬한 사건까지 고스란히 핵심기억이 되어 제자들의 가슴에 각인되었다. 예수님은 한번 경험하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체험으로 그야말로 인생수업을 진행하신 것이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우리 교회학교가 단지 가르칠 내용을 전달하는 역할로 그치지 않고, 예수님과 같은 강렬한 가르침을 전하는 공동체가 되어 인생을 이끌어가는 행복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기 위해서 교회학교가 더 많은 시간 함께 하며 더 다양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믿음의 장이 되면 좋겠다. 예수 안에서의 기억이 계속해서 기억나고 그래서 삶을 이끌어나가는 추억이 되고, 그 강렬한 추억을 전파하는 일이 교회학교에서 왕성하게 일어나기를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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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학교를살린다] 예수님의 교육5-추억 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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