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86세대는 폭압적인 군사독재에 용감하게 맞서 싸웠고, 민주적인 국가, 정의로운 사회, 평화로운 한반도를 꿈꿨습니다. 이들의 용기와 사명감이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루었고, 현재 민주개혁정부에서 중추적인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냉철해져 볼까요? 86세대가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나요? 중·고등학생들은 살인적인 경쟁에서, 대학생들은 경제적인 압박에서, 청년들은 실업의 고통에서, 노동자들은 해고의 불안에서, 실업자들은 생존의 공포에서, 여성들은 성적 억압에서 해방 되었나요? 나아가 우리 사회는 더 평등해지고, 국가는 더 정의로워졌나요? 국민은 더 행복해졌습니까? 사실은 ‘헬조선’, 곧, 한국 사회는 시대착오적인 지옥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일까요? 86세대의 실패는 무엇 때문인가요? 김누리 교수는 그것을 세 가지로 정리해 줍니다. “첫째, 정치적 비전과 상상력이 빈곤했다. 둘째, 도덕적 우월감의 덫에 갇혔다. 셋째, 파시즘의 역설 때문이다.”
그렇다면 86세대가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누리 교수는 독일의 68세대를 소개합니다. ‘반(反)권위주의’적인 운동으로 부조리한 세계, 억압적인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혁하고자 했던 68세대는 나치 전력을 가진 자가 수상이 되는 파렴치한 나라를 철저한 ‘과거청산의 나라’로 바꾸어놓았고, ‘라인강의 기적’ 속에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던 나라를 모범적인 복지국가로 변화시켰으며,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민주주의를 ‘감행’함으로써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켰고, 동서독의 오랜 적대를 허물고 평화의 시대를 열어젖힌 동방정책을 발전시켰습니다.
‘경쟁은 야만’이라는 철학 아래 경쟁을 금하고, 아이들에게 자유와 행복감을 만끽하게 하는 학교, 학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연구보수’라는 명목으로 생활비까지 주는 대학,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검소하고 유능한 의원들로 채워진 연방의회, 노동자들이 이사회의 절반을 차지하는 기업, 100만 난민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시민사회. 이것이 68세대가 만들어낸 독일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라도 86세대가 꼰대 짓을 버리고, 다른 세상의 기틀을 만들면 됩니다. 적폐청산과 개혁을 감행하여 ‘새로운 대한민국’의 원년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자녀들에게, 촛불세대들에게 지금보다 못한 세상을 물려주지 않는 것, 헬조선인 ‘지옥’을 넘겨주지 않는 것, 이것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86세대에게 남겨진 마지막 시대적 사명입니다. 그 소명을 소리 없이 감당할 때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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