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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1운동 100주년을 보내면서”
2019/04/08 14:3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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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범 목사.jpg
 
지난 3월 1일은 1919년에 일어난 3.1운동 100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그동안 교회들은 이 운동에 개신교회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에 고무되면서도, 교회가 국가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지금의 목회방향과 연결시키는 것에서 불편해 했습니다. 그래서 매년 찾아오는 3.1운동에 다소 소극적이었는데, 다행히 올해는 많은 교회들이 적극적으로 이와 관련된 기념행사를 가졌습니다. 100주년이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뭔가 달리진 정치적인 분위기의 영향도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보수나 진보를 떠나 3.1운동은 한국 역사 뿐 아니라, 짧은 개신교역사에 있어서도 매우 의미심장한 일입니다. 이제부터라도 매년 돌아오는 3.1운동의 올바른 의미를 돌이키고 기념할 뿐 아니라, 우리의 신앙과 삶의 자리에 적용하는 자세를 갖기를 희망합니다.
 
한국개신교회는 130년의 짧은 역사에서 세계 기독교사에 남을 만한 부흥과 성장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세계교회에 모범이 될 만한 일들과 아울러 다양한 시행착오도 겪었습니다. 한국교회를 이해하려고 할 때에 간과해서는 안 되는 두 가지 역사적 사건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평양대부흥운동입니다. 1907년 평양에서 시작된 성령운동은 회개를 통한 성결운동에서 시작하면서 사경회를 통한 말씀공부와 기도로 건강한 영성운동을 일으켰고, 여기서 더 나아가 100만인 구령 등의 전도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이것은 그야말로 20년밖에 안 되는 어린 개신교회가 한국사회에 뿌리내리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1919년에 일어난 3·1운동입니다. 을사조약과 한일합방 등 암울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성령운동은 자칫 역사를 외면하고 사회현실에서 도피하는 신앙운동으로 흘러가기가 쉬웠습니다. 오늘날 많은 성령운동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그런 길로 가지 않았습니다. 이미 1907년에 기독교지도자 안창호와 이승훈 등은 서북지역(평안도)을 중심으로 신민회를 만들어 항일운동을 벌렸고, 이것을 눈의 가시처럼 생각한 일제는 한일합방이 된지 2년 후인 1912년 이들에게 총독살해음모라는 없는 죄를 뒤집어 씌워 105인 사건을 일으켰습니다. 이때 유죄선고를 받은 105인 중 92명이 개신교인이었다는 사실이 당시 교인들의 신앙의 성격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1919년 전국적으로 일어난 3.1 독립만세운동의 중심에도 개신교가 있었습니다.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33인중 16명이 개신교인이었고, 전국의 교회당이 만세운동의 전초기지로 사용되는 등 한국개신교회는 3.1운동에 가장 앞장서는 집단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기독교인들이 희생을 당했고, 많은 교회당이 파괴되었습니다.
 
평양대부흥운동과 3.1운동은 보수와 진보가 나뉘어져서 일어난 운동이 아니었습니다. 이 3.1 운동에 앞장선 사람 중에는 길선주 목사와 같이 평양대부흥운동의 주류에 있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것을 통해서 진정한 성령운동은 하나님나라 운동이요, 역사와 민족의 문제에 책임 있게 행동하는 신앙운동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3.1운동에서 실패한 이후, 교회는 사회와 역사의식을 가진 많은 지도자들을 잃어버렸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항하는 것이 얼마나 혹독한 값을 치러야 하는가를 직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현실에서 물러서서 개인구원과 인격성장, 영적체험과 내세에 집중하게 되었고, 신앙생활은 주로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대외적으로 우리의 신앙은 정치와 무관함을 선포하면서 일제통치에 순종적인 집단이 되었고 이로 인해 교회는 불의한 일제의 정치적인 도구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교단 지도자들은 나선일체의 민족말살 정책을 적극 선전하고, 교인들에게 황국시민이 될 것을 가르쳤고, 일본이 일으키는 전쟁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했습니다. 많은 목회자들이 교회강단에서 설교를 통해 이것을 교인들에게 계몽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일제말기에 가서는 신사참배를 신앙의 문제가 아닌 애국의 문제라고 합리화하면서 수용했고, 이로 인해 교회는 신앙의 본질까지 훼손되는 위기를 맞이하였습니다.
 
해방이후 개신교회가 신사참배 문제를 다룰 때에 신사참배를 했느냐 안했느냐, 참회하느냐 안하느냐는 논쟁에만 집중하면서 심지어 이 문제로 인해 교단이 갈라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다수의 교회지도자들과 교인들이 신사참배를 하게 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간과하고 있음이 안타깝습니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3.1운동 이후의 교회가 지향해온 이원론적인 신앙이었습니다. 이 이원론적인 신앙은 사회 국가의 일을 세상일로 치부하고 신앙에서 제외함으로, 결국 이신칭의 신앙만 지키면 세상일은 아무렇게나 되도 상관없다는 안일한 생각에 빠지게 한 것입니다. 그 결과 교회는 정의에 대한 분별력을 상실하고 국가권력에 맹종하는 집단이 되고 국가의 명령에 순응해서 신사참배를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광복이후 70년간 한국교회의 전형적인 모습이 되었습니다. 한국교회는 정교분리와 철저한 이원론적인 신앙 아래서 모든 역량을 개인구원, 교회성장에만 집중시켜 커다란 부흥을 경험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교인들은 교회 울타리 밖의 세상을 막연히 마귀가 지배하고 심판받아 멸망할 곳으로 생각하면서, 세상을 조금 더 나은 세상, 조금 더 정의로운 세상으로 만드는 것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자연히 교회는 우리 사회의 변화와 발전에 무관심하고 더 나아가 무책임했습니다. 일제 때와 마찬가지로 해방이후 대부분의 개신교회는 오랜 세월 독재정권에 의해서 자행된 온갖 불법과 불의 그리고 인권유린에 침묵하였고 교단지도자들은 그들의 왜곡된 통치 행위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후견인 역할을 했습니다.
 
근간에 우리 사회가 보수와 진보 등 다양한 정권을 거치면서, 한국교회는 적어도 한 가지에 있어서는 일치해 가고 있습니다. 국가의 문제는 우리 신앙과 무관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적어도 이런 점에서 우리는 다시 3.1운동의 의미와 가치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그들의 신앙은 당면한 사회문제를 책임 있게 끌어안았습니다. 이것은 옳은 것입니다. 그것이 독립의 문제이건, 민주화나 인권의 문제이건, 남북문제이건 우리는 세상국가가 하나님에 의해 세워지고 사용되는 기관임을 인정하고 그것을 바르게 세워가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전인격적인 그리스도인의 신앙을 지향한다면 그 속에 정치적인 책임을 갖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지난 2천년 기독교 국가에서 일어난 그릇된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바로 교회의 정치화입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 속에 담긴 올바른 국가의 길을 찾아내고 그것으로 때로 정치지도자들을 권면하고 책망하고 바르게 잡아주는 예언자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모르는 세상 국가 사회가 그릇된 윤리와 이념을 좇아가거나 불의한 통치를 자행할 때에 비판하고 책망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당파성과 정치권력의 이해관계를 전제로 해서는 안 됩니다. 교회가 공공연히 어떤 정당이나 정치인을 비호하거나 이들이 권력을 잡을 수 있도록 후견 역할을 하는 것은, 세상과 구분되는 거룩한 교회의 본질을 파괴하는 행위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신앙양심 안에서 보수나 진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행위를 상대적인 것으로 이해하지 않고, 도리어 신앙적인 차원으로 영화시켜서 절대시하는 것은, 성경말씀이 아니라 정치이념의 포로가 되어있는 위험한 모습입니다. 지난 2천년의 역사뿐 아니라, 근세 서양의 역사에서 교회가 이러한 과오를 얼마나 많이 저질렀는지 모릅니다.
 
3.1 운동 100주년을 보내면서 우리 믿음의 조상들이 지향했던 이 소중한 신앙과 행동을 보다 깊이 돌아보면서 계승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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