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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지일 교수] 3.1운동 100주년과 므두셀라증후군
2018/12/26 11:3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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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탁지일 교수.jpg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모임과 행사가 국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다. 교회사적으로 1919년 3.1운동은 우리 겨레와 민족을 위한 한국교회의 성격이 형성된 사건인 것은 분명하다.
첫째, 3.1운동 당시 교회는 가장 가시적인 전국적 조직이었다. 장로교회의 경우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과 함께 독노회 설립되었고, 1912년 총회가 설립되었다. 동일한 시기에 비록 조선의 국권은 피탈되었고, 왕위는 찬탈되었으며, 군대마저 해산되었지만, 오히려 교회는 이 땅에 뿌리내리기 시작했고, 오랜 일제강점기를 인내로 지켜 나아갈 수 있는 든든한 기초를 내렸다.
둘째, 교회는 민족운동의 산실이었다. 교회에는 순수한 신앙적 동기를 가지고 찾아오는 이들도 많았지만, 민족의 독립과 개화를 위한 목적으로 교회를 찾는 이들도 많았다. 이들에 눈에 비친 서구 강대국에서 파송된 선교사들은 조선을 부강하게 만들 수 있는 믿을만한 조력자로 보였을 것이다.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민족운동이 교회 안에서 꽃피웠다.
셋째, 기독교는 근대교육의 중심이었다. 곳곳에 설립된 기독교계 사립학교들에서는 신앙교육과 함께 근대 인문사회과학교육이 제공되었다. 학생들은 신앙의 기초위에 조선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근대적 시각을 갖게 되었다. 서울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3.1운동을 촉발한 이들이 바로 기독교계 사립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기독학생들이었다.
넷째, 교회는 일제강점기하 가장 체계적인 조직이었다. 전국 도시들과 도서산간지역에 이르기까지 교회가 없는 곳이 없었으며, 게다가 매일 새벽, 수요일과 주일 등 수시로 정기적으로 모여 민족을 위해 기도했다. 모세가 히브리민족을 이끌고 출애굽하는 장면은 조선 기독교인들을 위한 하나님의 약속으로 받아드려졌다. 일제강점기하의 비참한 조선반도의 현실이었지만, 기독교인들에게는 당시 애창된 찬송의 가사처럼 “삼천리반도 금수강산 하나님 주신 동산”이었다.
마지막으로, 1919년 교회는 저항과 순교의 중심이었다. 3.1운동 당시 기독교인 참여가 주축을 이루었으며, 다치거나, 갇히거나, 죽임을 당한 기독교인들도 상당수에 이르렀다. 또한 파괴당한 교회들의 숫자도 적지 않았다. 조선의 그리스도인들은 단지 민족주의적인 열정을 넘어, 기독교 신앙의 비타협적인 정결함을 지닌 용사들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기억해야할 역사적 사실이 있다. 1919년 민족의 소망이었던 교회는, 일제강점기 후반 태평양전쟁을 전후해 좌절과 변절의 길을 걸었다는 사실이다. 1919년 3.1운동 이후 수많은 이들이 교회를 떠났으며, 이로 인해 1920년대는 반기독교적인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로 기록되고 있다. 게다가 1938년에는 장로교회가 신사참배를 공식적으로 결의했다.
므두셀라증후군(Methuselah Syndrome)이 있다. 과거의 나쁜 일은 잊어버리고, 좋았던 일들만 선별하여 기억하는 경향성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한국교회가 3.1운동 100주년의 영광을 기억하기에 앞서, 일제강점기하 한국교회의 고난과 변절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과거의 영광에 묻혀, 좋은 일만 취사선택하여 기억하고 기념한다면, 한국교회는 현재의 고립과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2019년 3.1운동 100주년 기념이 일회적인 이벤트성 행사가 되기보다, 민족을 위한 교회로 새로 거듭나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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