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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섭 교수] 아이덴티티(Identity)를 넘어 위덴티티(WEdentity)로
2018/03/12 14:5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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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섭 교수.JPG
미투(Me too)가 한국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누군가는 오래되고 뿌리 깊은 남성우위 문화의 붕괴라고 하고, 혹자는 이를 모든 권력관계의 어두운 그림자라고 한다. 오랫동안 억압된 여성들의 한이 터져 나오는 도도한 흐름의 끝에는 보다 나은 세상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기대하고 소망한다.
 
우리가 느끼는 좌절과 분노, 그리고 허탈감은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궁금함으로 이어진다. 물론 그 뿌리는 타락한 우리의 죄성(罪性)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 죄성으로 모두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 걸 보면 거기에는 우리의 본성이외의 또 다른 요소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리라. 여러 원인중 하나라도 찾을 수 있다면, 어둠을 모두 지울 수는 없으나 그 원인을 캐내어 작은 빛을 밝힐 수는 있지 않을까.
 
현재의 거대한 탁류의 근원에는 ‘정체성’(Identity)에 대한 혼란이 자리 잡고 있다. 근대이후 진리탐구의 시야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타인을 상실하고 자기만을 집중하는 근대인들은 결국 사르트르의 말처럼 ‘타인이 지옥’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자기중심의 시대에서는 타인이 객체화되고, 대상화되며, 결국 도구화되고 만다. 그곳에 폭력의 상대방, 사회적 약자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베를린예술대학의 한병철 교수가 「타자의 추방」(Die Austreibung des Anderen)에서 말하듯이 우린 세계화, 정보화를 통해 모두가 같아져버린 사회 속에서 ‘고립된 나르시시즘적 자아의 공회전’을 하고 있다.
 
팀 켈러 목사는 「답이 되는 기독교」(Making Sense of God)에서 우리에겐 카렌 블릭센(Karen Blixen)으로 알려진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의 저자 아이작 디네센(Isak Dinesen)의 정체성을 향한 세 가지 길을 인용하면서 현대인들은 ‘안을 보는 부류’에 해당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주적 질서를 믿지 않고, 자존감을 얻으려고 늘 경쟁하고 변화하는 유행에만 민감한 우리들의 모습을 지적하면서 그 탈출구로서 ‘위를 보는 사람’을 제시하고 있다.
 
재밌는 것은 우리 말 ‘위’(上)와 같은 발음의 영어가 ‘위’(We)라는 사실이다. 이제 자신을 중심으로 세계를 인식하던 자존감의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려야 한다. 자아의 압제를 벗어나 ‘우리’로의 여행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나만 보는 관점을 돌려 위를 바라보고, 내 옆의 이웃을 보게 되는 순간, 아이덴티티(Identity)로부터 위덴티티(WEdentity)로 한 걸음 나가게 될 것이다. 이 새로운 조어(造語)를 발견하곤 무릎을 내리쳤다. 깨달음의 눈을 떠 가장 가까운 아내와 남편을 바라보자.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오랜 정을 나눈 친구들, 그리고 매주 만나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보자. 나를 벗어나 너를 발견하며, 나의 믿음이 아닌 우리의 고백을 다른 본문의 다양한 톤으로 읽어보자. 신경(信經, Creed)은 단조로운 음의 합성이 아니라 각자의 인생역정을 담은 화음이어야 한다. 이제 우리의 눈앞에서 포스트모던이 무너지고 있다. 모두를 연결해줄 것처럼 외치던 신탁(神託)들은 결국 모두를 끊어놓고 말았다. 이제 나(I)만 외치던 주문에서, 주님의 마지막 기도처럼 우리도, 우리(We)가 가득 찬 기도를 드릴 수 있을 때 우린 새로운 인식, 위덴티티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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