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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즈니, 내세를 탐하다
2018/02/05 11:4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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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코코 포스터.jpg▲ 영화 '코코' 포스터
디즈니가 말하는 ‘좋은 죽음’

디즈니가 죽은 자들의 세계에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디즈니의 자회사인 픽사(Pixar Animation Studio)가 만든 애니메이션 <코코>(Coco)는 뮤지션을 꿈꾸는 어린 소년 미구엘이 죽음의 세계에서 조상(고조할아버지)을 만나 음악을 금지한 가족의 내력을 파헤치는 낭만적 모험을 그리고 있다. 온 가족이 즐겨보는 애니메이션을 만든 디즈니의 역사가 다시 한 번 증명되기라도 하듯 <코코>는 죽은 자들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미지는 밝고 부드러우며 노래와 춤이 있는 흥겨운 축제의 공간으로 묘사하고 있다.
<코코>가 묘사하는 죽음의 세계에 대한 배경은 멕시코의 ‘망자의 날’(Dia de los Muertos)로부터 가져왔다. 200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된 ‘망자의 날’은 매년 10월 31일에서 11월 2일 까지 벌어지는 멕시코의 국민축제의 날로써 죽은 조상을 기억하고 그들의 묘소를 방문하는 행사를 벌인다. ‘망자의 날’은 고대 아즈텍문명으로부터 기원한 것으로 보이지만 가톨릭의 죽은 자를 위한 기도의식과 결합되어 지금에 이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망자의 날’이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으로 나올 만큼 대중화된 데에는 죽은 자들이 ‘망자의 날’에는 저승으로부터 내려와 자신의 무덤을 방문한다는 생각과 할로윈 데이를 즐기는 대중들의 욕구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10월 31일 할로윈 데이는 가톨릭이 지키는 모든 성인 대축일(Sollemnitas Omnium Sanctorum) 전날로 가톨릭의 중요한 기념일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며, 11월 2일은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로 지켜지고 있다. 따라서 죽은 사람의 영혼이 이승으로 돌아오는 할로윈 데이와 ‘망자의 날’이 연계되면서 국가적 축제일로 변화한 것은 국민 대다수가 가톨릭신자인 멕시코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죽음과 죽음의 세계를 묘사한 <코코>의 장점은 죽음을 가족의 사랑과 연계시킴으로써 ‘좋은 죽음’을 생각하게 만드는데 있다. 한국죽음학회 회장을 지낸 최준식 교수가 언급했듯이 한국에서 죽음은 외면되고 있고 부정적이며 회피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죽음이 삶의 일부분이며 그것도 가장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다. 죽음에 대해 준비하고 공부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매우 드문 형편이다. 놀라운 것은 부활과 천국 신앙을 갖고 있는 기독교인조차도 죽음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한다는 사실이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를 회피하는 현실에서 <코코>는 가족의 사랑을 연계시키면서 죽음을 삶 가까이 끌어들인다. 특히 가족이 죽은 이를 기억할 수 있어야 저승으로부터 죽은 영혼이 이승으로 내려올 수 있다는 영화의 설정은 가족의 가치가 점점 퇴색해가는 한국의 현실에서 매우 의미있게 다가올 수 있다. 이것은 <코코>가 가톨릭 신앙을 갖고 있는 멕시코인들의 전통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교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는 한국인들의 정서에도 부합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즉 죽은 조상과 현실 세계의 가족과의 관계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연결시킴으로 말미암아 제사를 통해 부모자식간의 관계를 기억하는 한국의 유교전통과도 쉽게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애들 보는 만화영화 치고는 달리 죽음과 내세를 묘사하는 심도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코>는 한국에서 277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중이다.
<코코>를 의미있게 바라보는 관객이 발견한 것은 ‘좋은 죽음’이다. ‘좋은 죽음’은 살아있을 때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일차적으로 결정된다는 사실을 영화는 보여준다. 가족을 사랑하고 가족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사람의 죽음이야말로 ‘행복한 죽음’, ‘좋은 죽음’일 수 있음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
 
디즈니의 내세관에 딴지를 걸다
가족과의 사랑이란 보편적 주제를 죽음을 통해 언급한 <코코>의 놀라운 발상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보여주는 내세관은 심각한 오류를 보여주고 있다. 판타지 오락영화인 까닭에 굳이 기독교의 세계관을 대입하는 일이 필요한가라고 물을 수 있지만, 어린이를 포함한 온 가족이 함께 보는 만큼 허구와 진실을 분별하지 않은 채 영화관 밖을 나선다면 영화가 끼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롭다고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코코>는 기독교의 내세관이 갖고 있는 핵심 사항인 심판과 지옥에 대한 묘사를 회피하고 있다. <코코>가 보여주는 죽음의 세계는 해골 모양을 한 영혼들이 세상에서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공간일 뿐이다. 주인공 소년의 아버지를 독살한 음악가조차도 자신의 죄가 발각되지 않도록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곳이다. 하나님의 존재도 그리고 최소한 인간의 잘못된 행위에 따른 심판도 형벌도 존재하지 않는다. 죽은 이를 향한 하나님의 심판(히9:27)은 하나님의 은혜와 더불어 연약한 인간을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심판과 형벌에 따른 지옥에 대한 언급은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살아있는 자들의 세상 보다 즐겁고 화려한 축제만이 있는 곳으로 묘사될 뿐이다.
이 책임을 일차적으로는 영화 제작에게 물을 수 있지만, 아울러 교회에도 그 책임의 일부를 물을 수 있다. 현대 교회에서 하나님의 심판과 지옥에 대한 설교를 듣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고 부드러우며 교양이 넘치는 설교는 현대 설교자의 덕목처럼 인식되고 있는 현실에서 하나님의 심판과 지옥에 대한 설교는 오히려 하나님을 무서운 분으로만 인식시키기 쉬울 뿐이며 전도가 중요한 현대교회의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따라서 교회가 죽음과 내세에 대해 올바로 말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현대인들은 <코코>가 보여주는 내세를 죽은 자들의 세계로 이해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조나단 에드워즈는 미국의 제1차 대각성운동(1740-1742) 기간 중 신명기 32장 35절을 가지고 엔필드지역에서 행한 설교에서 지옥의 끔찍한 모습을 묘사하고 하나님의 진노를 언급함으로써 회개운동을 활활 타오르게 했다. <진노하시는 하나님의 손 안에 있는 죄인들>(Sinners in the Hands of an Angry God)이란 제목의 이 설교로 인해 당시 청중들은 내가 어떻게 구원받을 수 있을까 울부짖으며 회개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오늘날 미국인들이 지옥을 기억할 수 있다면 그가 그리는 지옥에 대한 이미지의 원형은 조나단 에드워즈의 설교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는 지옥의 고통을 묘사하기 위해 마가복음 9장 44-45절에서 사용된 지옥의 표현을 사용하기를 꺼려하지 않았다.
‘거기에서는 구더기도 죽지 않고 불도 꺼지지 아니하느니라 사람마다 불로써 소금 치듯 함을 받으리라’
이것은 멸망으로 가는 위태로운 죄인을 구원하기 위한 그의 성경적 열심히 낳은 모습이었다.
 
디즈니의 위력을 경계하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 상황이 한창이었던 1959년,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소련의 흐루시초프 당제1서기장을 미국으로 초청했다. 흐루시초프가 이 초청을 받아들이 이유 가운데 하나는 디즈니랜드에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미국 측 인사에게 디즈니랜드 관광을 시켜줄 것을 제안했지만 미국 국무성은 경호상의 문제를 들어 거절했다. 흐루시초프가 미국을 떠나면서 무엇을 가져가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는 서슴없이 디즈니랜드라고 말할 만큼 그의 마음은 미국 방문 내내 디즈니랜드에 꽂혀 있었다.
흐루시초프가 디즈니랜드에 마음을 둔 것은 디즈니의 만화 때문이었다. 레닌에 이은 스탈린의 강권통치 시절 소련은 자국 내에서 자본주의 문화의 상징인 할리우드의 영화 상영을 금지시켰다. 미국의 어떤 문화들도 소련에 유입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막았었다. 그런데 단 예외가 한가지 있었다. 그것이 바로 디즈니의 만화영화였다. 코흘리개 애들이나 보는 만화에는 미국 자본의주의 이념적 내용이나 색깔 같은 것은 들어있지 않고, 단지 애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일반적인 내용이 전부일 것이라고 믿은 것이었다.
디즈니는 지난 해 12월, 524억 달러(약 57조원)를 들여서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사 가운데 하나인 21세기폭스사의 핵심 사업을 인수하는 매머드급 ‘빅딜’을 체결했다. 1996년 ABC 방송을 2백억 달러에 인수한데 이어서 2006년에는 픽사 스튜디오를 그리고 2009년에는 미국의 양대 만화제작사 가운데 하나인 마블을 합병했다. 2012년에 할리우드 최고의 특수효과 제작사인 루카스 필름을 인수한 일은 이미 예상된 바였다. 디즈니가 세상의 문화를 지배할 날이 다가온 듯하다. 만화영화 <코코>를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기독교인이 분별력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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