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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지일 교수의 이단바로알기] 루터, 개혁 아이콘인가, 사업 아이템인가?
2017/09/25 14:0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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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탁지일 교수.jpg
 지난여름 작은 차를 빌려 5천 킬로미터 유럽 종교개혁 유적지를 샅샅이 찾아다녔다. 독일, 스위스, 체코 여행을 마무리할 즈음, 생각지도 못했던 고민이 생겼다. 루터가 ‘종교개혁의 아이콘’인지, 아니면 탁월한 ‘사업 아이템’인지 혼란스러워진 것이다.
루터 종교개혁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소위 루터 가도(街道)를 잇는 도시들에는, 루터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온갖 종류의 기념품과 행사들이 넘쳐나는 것을 보았다. 물론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긍정적인 부분에 감동도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적절히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상술 또한 느껴져 씁쓸했다.
내일을 위한 ‘개혁의 아이콘’이어야 할 루터가, 오늘을 위한 ‘사업의 아이템’으로 변질돼가는 종교개혁의 현장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다양하게 기념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모습이 떠올랐다. 적어도 개혁의 후예들인 우리들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일회적인 이벤트성 사업 아이템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 속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역사의 정도를 걸어갔던 종교개혁자들과 같은 ‘선각자’들이 있었던 반면에, 그들의 뒤를 집요하게 쫓으며 끊임없이 비판에 집중했던 ‘평론가’들이 있었다. 교회사에 나타난 믿음의 선진들은 적어도 평론가들이 아니라 선각자들이었다.
선각자들의 삶에는 실패란 없었다. 만약 실패를 하더라도, 누군가 실패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하나 제거해 주었기 때문에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성공을 한다면 많은 이들이 그 길을 뒤따를 것이기 때문에 또한 성공적이다. 그렇기에 선각자들의 삶은 성공적일 수밖에 없다.
개혁을 멈춘 교회는 더 이상 개혁교회일 수 없다. 종교개혁자들은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한다”고 믿었다. 종교개혁자들은 1000년의 중세교회를 개혁했지만, 그들 스스로는 채 100년이 지나지 않아 ‘개혁의 주체’가 아닌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바로 경건주의자들이 등장한 것이었다. 경건주의자들은, 종교개혁교회의 문제가 ‘지적인 결여’가 아니라 ‘행함의 부족’에 있는 것을 보았고, 우리 신앙인의 거룩한 의무는 복음을 믿고 복음대로 사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말씀’을 통해, 예수가 ‘그리스도’인 것을 ‘믿고’ 값없이 주시는 ‘은혜’를 경험한 후, 자신들의 삶을 온전히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기로 작정하고, 복음 전파를 위한 선교의 길로 나서게 된 것이다.
체코 프라하에서 종교개혁자 얀 후스의 흔적들을 따라 걸으며, 윤동주를 생각했다. 프라하 도심 광장에는, 한때 개혁교회였지만 천주교회로 바뀐 교회당을 바라보는 후스의 동상이 서있다. 그 교회당 첨탑 아래는, 후스파의 상징인 성배를 녹여 만든 마리아상이 걸려있고, 그 맞은편에는 27명의 후스파 개신교인들이 처형당한 장소가 있다. 후스는 적국 독일로 끌려가 그곳에서 화형 당했다. 교회당 첨탑 십자가를 바라보며 “괴로웠던 사나이” 윤동주는 적국 일본 후쿠오카형무소에서 죽임을 당한다. 두 사람 모두 적국에서 외롭게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흘렸다.
종교개혁 500주년. 이단과 씨름하는 한국교회를 생각할 때, 머릿속에 자꾸 맴도는 질문을 지울 수가 없다. 즉 ‘이단이 문제인가, 아니면 이단 규정의 주체인 교회가 문제인가’하는 질문이다. 건강하게 개혁된 교회만이, 이단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응전할 수 있다. 한국교회가 짊어진 개혁의 과제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10월의 마지막 날, 종교개혁 기념일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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