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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29] “일터사역이 개인적 차원에서부터 사회적·제도적 차원으로 확산돼야”
2017/08/07 14:5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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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경영 실천하는 치과의사 이야기
참 별난 치과의사다. 일터를 사역지처럼 생각하고, 일하는 것을 목회처럼 하려고 한다. 지나치게 상업화되어 가는 의료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여 신학대학원에 가서 종말론적 윤리를 공부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그의 신앙고백이다. “주신 은혜대로 살고 싶다는 소망이 생기면서부터 의료 현장에서 관행처럼 해왔던 일들이 죄로 보이기 시작했다. 직원과 환자를 대하던 태도, 거래처를 다루던 거친 매너, 자신을 변호하기 위한 습관적인 변명과 과장 등 내 삶의 모든 부분이 내가 받은 은혜와는 접점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그가 변하기 시작했다. 먼저 직원들에게 그동안 군림했던 자세를 진정으로 사과하고, 함께 진료실을 청소하는 것으로부터 변화를 꾀했다. 그리고 진료실의 작은 부분 하나하나를 투명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환자에 대해서도 손해를 보더라도 진실을 이야기하였다.
그는 부활 신앙을 핵심으로 하여, 현재의 삶도 입으로만 아니라 행동으로 믿음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지금은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을 지키고 숨기지 않고 사실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기독 경영’이라고 한다. 모든 일을 하나님께서 받으실만한 가치와 원리에 따라 행하고, 하나님의 주권에 순종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 《오늘을 그날처럼》 || 저자 이철규는 개업한 치과의사로서,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에서 성경신학을 전공했다. 치과의 선교사로 중국에서 사역하기도 했고, 현재 치과의료선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새물결플러스, 2017. 15,000원.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초빙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그릇의 앞면이 믿음이라면 그릇의 뒷면은 행동과 생활이라 할 수 있다. 앞면이 나를 쓰시고자 하는 주님과의 관계라면 뒷면은 내가 속한 공동체와의 관계다. 그릇을 앞뒤로 나눌 수 없듯이 믿음과 생활은 하나이고, 하나님 앞에서의 믿음은 삶의 현장에서 만나는 공동체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통해 구현된다.”

#일상생활에서 신학적 성찰 동반해야
김길구  이 책의 전체적인 흐름은 ‘온전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의 저자는 개인생활은 물론이고 직장 등 모든 면에서 ‘온전한 기독교인으로서의 생활’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현호  비슷한 말이지만 저는 ‘신실함’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 책의 내용으로 보면, 그는 철저히 복음주의적 신앙인입니다. 그래서 복음주의적 신실함에 충실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수성  저자 스스로 ‘인테그리티(integrity)’를 이야기한 부분이 있죠. 서양 교육의 핵심 가치 중 하나라며, 우리말로 번역하기는 애매한데 자기는 ‘진정성’으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합니다. 온전함, 신실함, 진정성, 어느 것을 사용하든 같은 맥락의 용어인 것 같습니다.
김길구  이 책은 일터 사역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먼저 ‘일터신학’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터를 바라보는 시각이 몇 개 있는데, 일터신학은 기본적으로 일터와 선교현장을 별개로 보지 않습니다. 즉, 일터가 곧 선교현장이 된다는 입장입니다.
김현호  폴 스티븐스 목사의 ‘노동신학’과도 연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는 ‘망치를 든 목사’라는 말에 어울리게 일터와 목회에 구분을 두지 않고, 모든 일상생활 속에서 신학적 성찰을 동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길구  일터신학은 개신교의 구원론과 관련이 있습니다. 교회나 사제를 거치지 않고 개개인 누구나 예수님을 통해 직접 구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이 곧 교회가 되고, 그가 일하는 현장이 사역의 현장이 되는 것입니다.
김현호  저자가 어려울 때마다 그를 버티게 해준 성경구절도 사변적이지 않고 실제적이라는 점도 눈에 띕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생각에서 점차 구체적이고 능동적인 성경구절을 떠올리게 됩니다. 아마도 그가 끊임없이 큐티와 성경공부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김길구  한편으로 저자의 변화과정을 보면 단계적인 성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일과 신앙을 일치시키는 단계를 보면 ▷일을 선교사업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단계, ▷일터에서 영성을 유지하는 단계, ▷도덕적이고 제도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단계, ▷신학적 자기정체성 확립 단계로 나아갑니다. 저자 역시 이러한 변화 과정을 밟은 것으로 보입니다.
Christians-At-Work. knsfinancial.com.jpg▲ 일터신학은 일터도 하나의 사역 공간임을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온전함, 신실함,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 [출처: knsfinancial.com]
 
#교회가 ‘깨끗한 富’에 관심을 가져야
김수성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개인이나 하나의 일터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이고 제도적 변화로 널리 확산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길구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공직자가 한 명 있죠. 최근 새로 선임된 공정거래위원장입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소위 ‘갑질’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 시민들에게 바람직하게 비쳐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동안 시민들을 분노케 했던 ‘땅콩 회항’을 비롯해 프렌차이즈 본부의 횡포 등을 바로잡겠다고 나선 것이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김수성  그동안 부당한 대우를 당했던 가맹점들의 요구사항이 표면화되는 등 소위 생활민주주의가 부각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죠. 거꾸로 생각하면 그만큼 우리 사회가 기득권층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현호  사회의 갑질 못지않게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교회에서의 갑질입니다. 직분을 가진 분들이나 교회에 오래 다니신 분들이 알게 모르게 갑질 행세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던 분이나 새로 교회에 출석한 분들이 상처를 받는 일이 있습니다.
김길구  교회의 기본적인 시각도 바뀌어야 할 때입니다. 그동안 교회는 열심히 출석하는 교인, 헌금을 잘 내는 교인을 ‘좋은 교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일터에서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했습니다. 도덕적 불감증, 갑질과 같이 일터에서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모른 척했습니다. 또한 가끔 강단에서 예로 드는 록펠러나 카네기 같은 부호들에 대해서도 올바로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수성  록펠러나 카네기는 당시 ‘황제’로 불렸죠. 소규모 기업은 물론, 사업을 확장하는데 방해가 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흡수합병했습니다. 소속 근로자 착취와 노동조합 방해도 다반사였습니다. 심지어 이들이 낸 헌금을 거절한 선교단체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김현호  저자가 원장으로서의 권한을 내려놓은 것이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직원들에게 권위적이었던 것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함께 진료실을 청소하고, 신입직원 선정에 직원들을 참여시켜 민주적으로 선발하는 등, 갑으로서의 권한을 모두 직원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김길구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이야기했던 ‘청부(淸富)’에 대해 우리 기독교회가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개혁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기독교가 이에 앞장서야 합니다.

#‘기독 경영’은 지속가능한 운동이다
김수성  한편,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유수한 대학 출신인데다, 직업도 안정적인 치과 원장입니다. 그래서 혼자서 결단만 내리면 충분히 일터사역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월급쟁이 직원들에게 일터사역을 하라고 한다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양심껏’ 처리할 수 있을까요?
김길구  일터사역은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사회적이고 제도적인 차원으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교회가 크리스천 CEO들이 먼저 올바로 설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김현호  저자도 자기 병원에서의 일터사역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독치과의사회 등 단체를 통해 사역을 널리 퍼뜨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차원이라고 하기보다는 모든 치과의사들에게 이렇게 해야 하지 않느냐고 압력(?)을 넣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김수성  저자가 하고 있는 사역도 경영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윤의 극대화에서 적정이윤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변화했던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신자유주의 물결로 인해 이런 긍정적인 흐름이 급격하게 퇴색하고, 자본주의 부정적인 측면이 더욱 부각되는 시대가 되기는 했지만….
김현호  경영학적 흐름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앙으로 ‘기독 경영’을 한다면 그것은 지속가능한 운동이 될 것입니다. 생활에서부터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일터의 생활이 곧 예배의 차원으로까지 완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길구  당장 우리 사회에 커다란 화두로 던져진 최저임금 1만원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도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에는 초대교회의 집회 모습을 재구성한 로버트 뱅크스의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IVP, 2017)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정리: 김수성]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일의 신학/ 폴 스티븐스 / CUP
월요일의 그리스도인/ 최영수 / 생명의말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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