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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갓과 느님
2017/08/07 14:5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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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새로운 정부가 경제계와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면서 중견기업으로는 최초로 ‘오뚜기’를 초대했다는 보도가 세간의 화제였습니다. 그 결과 이 회사의 주가(株價)가 한 때 18.66%나 급등할 정도로 기업 가치 자체가 상승했습니다. 오뚜기는 원래 라면이나 식료품으로 유명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상속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고 여러 가지 선행과 아름다운 미담을 남기는 기업으로 회자(膾炙)되면서 이미 알 만한 사람들에게는 ‘갓뚜기’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여기서 ‘갓뚜기’란 신을 뜻하는 영어 단어 ‘갓(God)’과 상표명 중 ‘뚜기’를 합쳐서 만든 조어(造語)입니다. 편법과 일탈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비교적 착하고 정직한 이들을 향한 세상의 찬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가하면 ‘느님’이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하느님’이라는 단어에서 ‘하’자를 떼버리고 누군가에게 접미어로 붙여서 일종의 헌사(獻辭)로 사용되는 말입니다. 젊은 세대가 인정하는 대한민국의 ‘3느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유느님, 연느님, 치느님>이 그들입니다. 유느님은 개그맨 유재석을 일컫는 말입니다. 국민개그맨이자 미담제조기, 선행의 화신으로 불리는 유재석은 최고의 인기 연예인을 넘어서 유느님으로 불립니다. 연느님은 전 국가대표 피겨선수 김연아를 상징하는 말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200일 정도 남은 시점에서 앞으로 김연아 선수의 이름과 얼굴은 더 빈번하게 대중 앞에 드러나게 될 텐데요,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에서 보여준 탁월한 기량과 출중한 인품, 그리고 조국을 향한 사랑과 담대한 용기 등은 그녀를 단순한 스포츠스타가 아니라 연느님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치느님은 조금 다른 각도에서 등장한 말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전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간식으로 등장한 치킨(chicken)을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우스갯소리라는 건 알겠지만 사람을 숭배하는 것도 가당찮은데 닭이라니, 어찌 생각하면 당혹스러우면서도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왜 치느님인가 물으면 이렇게 대답들을 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희생하여 놀라운 맛을 내시기 때문입니다.’ 수입산을 제외해도 국내 도계(屠鷄) 규모만 2007년 6억 3,000여 만 마리에서 2016년 9억 9천여 만 마리로 10년 새에 55.6%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인간을 위해 십억이 희생한 셈이지요. ‘언제나 치느님은 옳으십니다.’ 언제 어디서나 맛있다는 뜻입니다. 기발한 착상이요, 재치가 번뜩이는 묘사들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저변에는 기독교를 향한 날카로운 풍자가 깔려 있다 생각합니다. 저들이 말하는 희생과 진리 이야기는 십자가의 종교를 향한 명백하고도 냉소적인 패러디(parody)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왜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이름을 세상의 영웅들에게, 그것도 모자라서 기업이나 동물에게 뺏겼습니까? 갈보리 십자가의 주인은 언제나 변함이 없으십니다. 그렇다면 그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도록 부탁 받은 십자가의 종들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합니다. 세상은 진흙 속에서 핀 연꽃을 분별할 줄 알고, 쓰레기더미에서 피어나는 장미 한 송이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압니다. 예전에는 교회 자체가 그런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며, 본연의 역할과 임무를 망실해버린 교회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이상 교회가 아니라 정직한 사람들에게서 갓을 찾고 느님을 갖다 붙입니다. 착한 기업이라도 발견할라 치면 갓이라 부르고, 변함없는 그 무언가에, 그것이 설령 미물(微物)에 불과할지라도, 느님을 기꺼이 선사합니다. 그러나 피조물은 피조물일 뿐입니다. 벌써부터 당사자들은 갓뚜기라는 호칭이 부담스럽다고 하지 않습니까? 아마 닭들도 결코 그렇게 불리기를 원치 않을 겁니다. 하늘 아래 어떤 피조물이 창조주의 이름을 감히 참칭(僭稱)할 수 있겠습니까? 교회가 잘 해야 합니다. 오직 하나님의 이름만 영광 받으실 수 있도록 기능하는 교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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