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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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목(軍牧)으로 군 선교 사역을 하는 중에 만난 또 한분은 박세직(朴世直) 장군이다. 나의 목회 여정에서 그 분을 만나게 해 주신 하나님을 찬양한다. 어느 주일 날 내가 담임하는 연대교회 주일예배를 마친 후 저녁예배는 내가 속한 상급부대인 사단(백골 부대) 교회에 강사로 초청 받아 갔다. 무슨 내용으로 설교를 했는지는 지금 기억나지 않으나 사단장으로 부임한 박세직 장군께서 다소 특별한 인상을 느꼈던 모양이다. 스물일곱 살의 젊은 목사를 아주 정중하게 대해 주면서 격려하기를 “사단 교회에 자주 오십시오! 앞으로 많이 기대 합니다”..... 이 짧은 칭찬에 나는 상당히 고무되었다. 뿐만 아니라 훤칠한 키에다 수려한 외모 그리고 시원시원한 언어 구사력에 많은 사람들이 큰 호감을 가지면서 그를 따르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 점차적으로 알게 되었다.
박 장군은 여러 면에서 실로 걸출한 인물이다. 이 점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바요 공감하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나의 이 평가가 거의 사실에 입각한 것이며 내가 이 난에서 이 분을 조명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지도자상이 어떠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소중한 참고가 되리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몇 년 전에 이미 작고하였으므로 이 추억담은 유익이 될 줄로 믿는다. 그 분은 사람을 끌어 들이는 매력이 있었다.
그 매력은 따뜻한 사랑과 구수한 인정미(人情味) 였다. 그 사랑과 인정미는 항상 밝은 미소를 띠는 얼굴과 밝은 음성에서 나타났다. 따라서 그 분과 차 한 잔을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면 누구든지 그러한 매력에 감동을 받게 된다. 실로 타고 난 성품이요 은사라고 할 수 있겠다.
둘째로 열심히 공부하는 습관이 되어 있으며 아주 박식한 분이다. 박학다식(博學多識) 한 분이다. 부산사범학교, 육군사관학교, 서울대학교 영문과를 나오신 분이다. 사단장으로 봉직하면서도 손에서 〈영어 단어집 · 사전〉을 놓지 않았다. 영어 사전을 들고 산책을 하며 목욕탕에 영어방송, 영어 녹음테이프가 준비 되어 있었다. 주한 유엔군 사령관 존 위컴 장군이 가장 선호하는 한국군 지휘관이 박 장군이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탁월한 영어 실력〉 때문인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셋째로 박 장군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믿음의 사람〉 이었다. 그 분은 예배를 소중히 여겼다. 예배드리기를 즐거워하고 하나님의 말씀(설교)에 귀를 기울였다. 사단 뿐 아니라 연대의 행사 시간에는 먼저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고 시작하는 것이 옳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아무리 막강한 〈지휘권〉을 갖고 있는 지휘관이지만 행사 때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쉽지를 않다.
넷째로 박 장군은 〈목회자〉를 존중하고 격려하였다. 격려 차원의 인사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나를 만나면 “자주 사단교회에 와서 말씀 증거를 해 주세요!” 한다든지 연대 행사에 초청 받아 오시면 〈군목〉을 찾으면서 “목사님의 기도를 받고 시작 합시다” 라면서 육군 중위 계급에 불과한 군목의 위상과 영적 지도력을 세워주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하신 분이다.
심지어 내가 독일에 유학 중일 때 독일에 출장 오신 길에 서기관을 내게 보내어 대사관저의 저녁식사 자리에 동석시켜 감사 기도를 하게 배려하는 등 〈목회자〉를 기억하고 존중하려고 의지적으로 노력하는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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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칼럼] 40년 전의 휴전선 추억(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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