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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26] 정의롭지 못한 권력에 대해서는 복종의무 사라져
2017/05/15 14:2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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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 13장은 특정한 시대적 환경에서 나온 내용”
복종을 넘어 저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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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 이렇게 시작되는 로마서 13장 1절에서 7절까지의 성경말씀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설서이다.
얼마 전 박근혜 정권 퇴진과 관련하여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서로 정반대의 주장을 폈다. 이 와중에 일단의 목사와 기독교인들은 이 성경구절을 내세우며 ‘불법적인’ 정치권력이라 할지라도, 이 권력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것이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은 복종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반론을 편다. 모든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왔고, 그러므로 복종해야 한다. 그러나 바울의 이 이야기는 특별한 상황에서 언급된 것이므로, 이것을 일반화하는 것은 오류라는 것이다. 또한 그 권세는 하나님의 공평과 정의를 이루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가진다. 이 전제를 만족하지 못할 경우, 그 권세는 불의한 권력이 되고, 그럴 경우 그 권력은 하나님의 인정을 받지 못하므로 복종의 의무는 당연히 사라진다.
요한계시록 등에 따르면 그런 권력에 대해서는 불복종으로 넘어 오히려 저항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회의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권에 친화적인 목회자들의 정교유착이라고 본다. 성경은 이에 대해서도 역시 저항해야 함을 가르친다.
◈ 《로마서 13장 다시 읽기》 || 저자 권연경은 현재 숭실대학교 기독교육과 교수이다. 저서로 《행위 없는 구원?: 새롭게 읽는 바울의 복음》 《로마서 산책》 등이 있다. 뉴스앤조이, 2017. 9,000원.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초빙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지난 5월 9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어 다음날부터 바로 업무를 시작하였다. 이로 인해 그동안 탄핵정국을 둘러싸고 광화문광장과 대한문 앞에서 벌어졌던 ‘촛불’과 ‘태극기’의 공방도 일단락되었다. 이 시점에서 일부 교계 지도자들의 극단적인 행태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로마서 13장 다시읽기》를 통하여 올바른 기독교와 권력의 관계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태극기 집회에 등장한 십자가 ‘충격’
김길구  이 책 앞부분에도 나와 있지만, 오늘날 로마서 13장 1절에서 7절까지에 나오는 “위에 있는 권세에 복종하라”는 바울의 이야기는 한국 교회에 늘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이 성경구절이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계속된 탄핵정국과 관련해서도 교계에 등장하였습니다. 즉, 정권에 복종하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지요.
김현호  불의한 정권에 대해서도 그 권세에 복종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의 근현대사에 반복된 일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일제강점기와 군사정권 시절에 기독교 지도자를 자처하는 이들 중에 이 구절을 언급하며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정부에 순응하기를 권한 역사적 사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이번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에서도 나타난 것입니다.
김수성  나는 태극기 집회에 목회자들이 교인들을 동원하고, 대형 십자가를 지고 앞장서 행진하는 모습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목사들은 하나님께 예배드릴 때나 입을 가운까지 입고, 교인들 중에도 역시 성가대 가운을 입고 뒤따라 행진하였습니다.
김현호  일부 목회자들이 그들을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교인들을 잘못 인도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목회자들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이 ‘순종’이라고 생각하는 교인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목회자들이 앞장서 ‘십자가를 진다(?)’는 데 따르지 않으면 불순종이 됩니다.
김길구  일부 교회 목회자와 지도자들이 전체적인 맥락은 생각하지 않고 문자주의에 따라 성경을 읽고 이해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성경에는 권세도 몇 가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로마서 13장에 나오는 권세를 어떤 권세로 보느냐에 따라 그 입장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김수성  한 종교학자는 이런 것이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로 아직 유교적 이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민이 많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즉, 민주적으로 대통령을 뽑지만, 대통령은 왕으로, 정부는 절대권력이라는 인식 속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이길용, 《종교로 읽는 한국사회》 참조]

‘공평과 정의가 권력의 근거’ 깨달아야
김길구  권력은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사무엘을 통해 왕을 세운 것처럼 하나님께서 인정한 권력입니다. 둘째는 하나님께서 세운 권력도 불의를 행할 때는 그 권력을 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말년의 사울왕의 권력을 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간 스스로가 세운 권력입니다. 로마서 13장에서 이야기하는 권력은 바로 첫 번째라 할 수 있습니다.
김현호  결국 권력이란, 성경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공평과 정의에 대한 하나님의 집요한 관심을 깨닫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즉, 하나님께서 통치 권력을 세우지만, 그 권력이 공평과 정의를 저버리면 그 권력은 근거를 잃어버리게 된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김수성  즉, 권력이란 하나님께서 의를 세우기 위해 대리자에게 위임한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렇다면 대리자가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면 그 권력에 복종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봅니다. 즉, 복종의무가 사라지는 것이죠.
김길구  저자는 로마서 13장이 특정한 상황이나 조건에서 나온 내용이라는 주장을 합니다. 즉, 권력이 올바로 섰을 때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로마의 법정에 서겠다고 한 것도 로마의 권세가 정당하게 행사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시는 네로의 치세였지만, 폭군 네로도 처음에는 정치를 잘해서 칭송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 부분을 해석해야 한다는 학자도 있습니다.
김현호  만약 부패한 권력이라면 단순히 복종할 것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우리의 행동이 창조 세계를 회복하는 성령의 인도하심과 일치하느냐 아니냐’라는 척도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독재정권이나 부패정권에 대해서는 오히려 기독교인들이 앞장서 바로잡는 것이 올바르지 않을까요.
김수성  절대권력 시대에 살았던 맹자조차도 역성혁명(易姓革命)의 정당성을 이야기합니다. 비록 지금의 민중혁명과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왕이 패악을 일삼으며 백성을 돌보지 않고 억압할 경우 그 왕조를 패하고 올바른 다른 왕조가 들어서야 함의 정당성을 이야기합니다.

평화와 질서 아래서 훌륭한 시민 돼야
김길구  본회퍼의 히틀러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만일 미친 사람이 대로로 자동차를 몰고 간다면 목사로서의 나는 그 차에 희생된 사람들의 장례식을 치러주고 그 가족을 위로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만일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자동차에 뛰어올라 그 미친 사람의 손에서 핸들을 빼앗아버려야 하지 않겠는가?”
김현호  미가서 3장 9절의 말씀도 같은 맥락인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정의를 미워하고 정직한 것을 굽게 하는” 통치자들과 권력자들을 인정하시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이런 악한 통치에 복종하고 그 악에 협조하는 것은 오히려 하나님께 불순종하는 것이 될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김수성  로마서 13장을 해석할 때 더 중요한 것은 시대가 바뀌었음에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왕정이나 제국의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입니다. 그러므로 이에 적합한 성경읽기가 필요할 것입니다.
김길구  민주국가에서는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 상식입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권력자는 국민에게서 그 권력을 위임받아 권한을 행사합니다. 그러므로 그 권력은 반드시 국민을 위해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민들의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김현호  유진 피터슨이 쓴 《메시지 신약》에는 이렇게 써놓았습니다. “훌륭한 시민이 되십시오. 모든 정부는 다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습니다. 평화와 질서가 있다면 거기에는 하나님의 질서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책임성 있는 시민으로 사십시오.” 국민으로서의 책임성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역시 하나님의 질서가 우선입니다.
김길구  저는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기독교인들의 인터뷰에서, 역사적 맥락이나 깊은 신학적 통찰 없이 거리로 나선 이들 어르신의 모습에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교회와 권력의 균형 잡힌 시각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좀 더 깊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필립 얀시의 《교회, 나의 고민 나의 사랑》(Ivp, 2010)을 읽고, 교회 출석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조그마한 책이지만, 필력이 뛰어난 저자의 글이 독자에게 많은 감동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김수성]
나무위키. 2017.1.14.jpg▲ 로마서 13장은 문자 그대로 읽을 경우 현실과는 동떨어진 해석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성경의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서 해석해야 한다. [사진은 태극기 집회에 등장한 십자가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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