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김광영 장로.JPG
  빗소리가 반가웠던 밤 지난 새벽길에서 본 밝은 달과 별빛, 볼을 스치는 바람이 시원했다. 하늘 우러러 주님! 이제부터 가을입니까? 지난여름 참 더웠습니다. 나무들 이파리 늘어지고 더러는 시들어 하나 둘 길바닥에 떨어졌고 과수원 포도는 제대로 영글지도 않고 사과는 한쪽 볼이 까맣게 타버렸으며 그 아래 심은 배추 모는 발아하다 말고 거의 다 죽었답니다.
  "집 나서면 고온에 지치고 목말라 물을 찾다가 차가운 얼음물을 사먹기도 했지만 무디어진 영은 더위를 핑계로 게으름을 피우고 그늘만 찾았습니다. 그런데도 양약을 공급하신다는 새벽길에서 시원한 가을을 느끼게 하시니 그리운 이 만남처럼 반가워서 이렇게 감사하며 찬양을 올립니다"라고 했다.
  "태양은 이글거리는 불 수례바퀴를 돌리고 온 땅은 대장간 풀무질 화덕이라 쉽게 비 내리리라 했던 장마는 이름뿐 왔다갔단 말도 없이 사라졌고, 시원한 소나기는 예보와 달랐기에 예년에 볼 수 없는 불볕의 맹위만 보았으니 금년 여름은 경험하지 못한 폭염이었다. 그래서인지 가을을 부르는 글을 쓰고 지인들에게 보냈던바, 그렇게 가을이 기다려지는가?"라고 반문해왔다.
  참 힘든 계절이었다. 물론 사람만 힘든 것이 아니었다. 가축도 그러했고, 산과 들과 바다에 생존하는 모든 것들이 죽은 듯 늘어졌고 또 죽었다. 그래도 찾아가면 시원할 것이라 생각한 고향의 늙은 느티나무 그늘도 다르지 않았으니 무엇으로 한 더위를 쉽게 넘길 수 있었으랴. 혹, 태풍이라도 왔으면 했지만 이 또한 허사였다. 그래서 에어컨에 의존하려니 이마저 누진제가 앞을 막았다.
  그러나 여름이 아무리 더워도 분명 가을은 온다. 하나님께서 가을을 준비하시기 때문이다. 늦더위가 상존하지만 처서가 지나고 8월이 저물고 9월이 되면 열린 창문으로 파란 하늘이 그려질 것이다. 장마철 먹구름 지난자리에 엷은 구름이 밀려오고 그 사이로 맑은 하늘이 보일 것이니 코스모스 핀 뜰에 산들바람이 다가올 것이다. 산언덕 푸른 숲은 제 빛깔로 반짝이고 대문 앞 감나무는 자랑스럽게 열매를 내밀고 보란 듯 늠름할 것이다. 어쩌면 빛나는 노을도 저물기가 싫었는지 서산으로 몰려 온 구름들에게 금장 옷을 입혀주고 바라보는 이들에게 의미를 담아 주려고 할 것이다.
  가을은 아름다운 계절이다. 7.8월, 가을을 맞이할 준비보다 고고도미사일 방어용 사드(THAAD)배치문제로 정말 소란스러웠다. 국가의 안위에 위험이 도시린 문제임에도 더러는 너무 쉽게 말하고 예사로이 생각하는 듯 했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일부 정치인들의 가벼운 언행과 지역 공직자들의 행동이다. 국정을 목숨처럼 집행해야 할분들, 신공항유치가 불발되자 정부를 탓하다가 국가안위에 중요한 방어용인 사드배치는 절대 안 된다며 선동하고 삭발하여 앞장서는 모양새 말이다. ‘돈이 되는 것은 우리지역에, 돈이 되지 않는 것은 타지’에 하라는 것은 지나친 이기주의가 아닌가? 거기다 청렴해야 할 고급 공직자들의 대단한 부패, 이 또한 날씨만큼 더웠다.
  이 일에 교계도 경종을 울리지 못했고, 사이비종파와 이슬람의 세력 확장에 긴장된 표현만 하였을 뿐이다. 그리고 불감증에 걸린 기복적인 세속화, 재물과 권력과 명예의 힘에 대한 우상화를 타파하지 못했음이 신앙인의 자존감을 얼마나 짓눌렀는가? 이제 국가안위를 위한 일에도 당당하게 애국적인 표현을 해야 한다. 기독교 말살에 앞장선 공산당을 알면서도 국가 안위에 침묵하는 것은 기독인답지 못한 책무회피요 직무유기다. 결국 이런 것들도 우리들의 불쾌지수를 높이는 촉매제, 참가제가 되었던 것이다.
  다가오는 가을에는 한국장로교단의 총회가 일제히 열린다. 더위 먹은 마음을 식힐 좋은 뉴스를 바란다. 건강한 교회건설과 안보를 포함한 애국하는 신앙인의 자세, 나라와 민족, 화해와 안정과 평화통일을 위한 방안 등을 기대한다. 그 일에 기대어 높은 하늘과 오곡백과를 바라보고 들국화 향기 맡으며 하늘 우러러 찬송 부르기를 소망한다. 어쩌면 금년 여름을 더욱 뜨겁게 하신 하나님의 깊은 뜻을 생각하고, 사람이 만든 더웠던 모든 요인들 다 날려 보내고 시원한 가을을 주신 의미를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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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산] 주님! 이제 가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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